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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l May 01. 2019

원어민과 살면 영어가 는다? 천만에!

영어 때문에 본인의 소중한 가치를 버리지 말 것

영어 공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고 가겠다.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은 5살 때다. 언어를 배우기 가장 좋다는 어린 나이에 영국에서 2년 간 살았고 영국 나이로 초등학교 1~2학년을 지냈다. 영국이 한국보다 1년 일찍 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초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들어가 12년 정규 과정을 온전히 마쳤다. 90년대 초반에 영국에서 살았던 것과 성인이 돼 짧은 해외여행을 떠난 것을 제외하면 대학을 포함한 교육 과정 기간 중 해외에서 산 경험이 없다. 하지만 어릴 적 이르게 해외에서 살았었고 남들보다 일찍 영어를 접했다는 점이 나의 현재 영어 능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루 동안에도 수십번 바뀌는 아일랜드 날씨처럼 내 영어 실력도 하루에 수십번 바뀐다.

하지만 나는 내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생활 소통은 가능하지만 전문적인 용어를 필요로 하거나 좀 더 섬세한 단어 선택에 있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전문적인 작문에 있어서도 한국어로 쓰는 것보다 배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어로도 흡입력과 설득력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모두에게 마냥 쉬운 것은 아니지만 나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매일 단련된 글쓰기로 작문 실력을 많이 늘렸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나더러 영어를 잘한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도 나에게 영어를 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판단은 잣대, 기준의 문제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10대가 넘어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해외 원정을 떠나는 한국 사람들에게 몇 가지 말을 당부하고 싶다.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소홀히 하지 말라."


나는 영어권 국가에 대해 피상적인 환상이나 대단한 기대가 없다. 왜냐하면 그 국가 국민들 중 본인이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을 특권으로 여기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능력으로 따졌을 때도 우리 국민보다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단순히 모국어가 영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솔직히 난 역겹다.


최근 더블린 거주 한인톡에서 본 사연 중 하나는 정말 안쓰러웠다. 어학원을 통해 한 달 간 홈스테이를 예약했는데 방에 라지에이터도 없을 뿐더러 홈스테이 주인이 전기장판을 쓰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아일랜드 날씨도 쌀쌀한데 방 창문은 낡아서 제대로 닫히지 않아 밤마다 추운 공기와 씨름하며 잠을 잔다는 것이다. 본인이 비싼 돈 내고 타지까지 와서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도 아무 저항을 못한다. 학원에 이야기하면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영어가 는다'라는 터무니 없는 말을 늘어놓기도 한단다.


내가 지내고 있는 집 주인도 아일랜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인 다프트(daft.ie)나 페이스북 그룹 'rent in dublin' 등에 '본인 집에서 지내는 가장 큰 장점은 영어'라고 소개한다. 정작 그는 대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아무 말이나 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위선자다. 그런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은가. 그것도 영어로 말이다. 사실상 이건 대화가 아니고 영어 밖에 못하는 원어민의 일방적인 쏘아붙임에 불과하다.


"언어는 수단에 불과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언어가 는다."


정말 불변의 법칙이다. 일본에서 한 번도 살지 않은 친구A는 일본의 모 아이돌 그룹을 너무나 좋아해서 일본어를 배웠다. 지금은 더 이상 그 아이돌을 소비하지 않지만 월등한 일어 실력이 남았다. 영어권 국가에서 산 경험이 없는 후배B는 각종 해외 드라마를 좋아해서 반복해서 청취하고 외우는 과정에서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먼저 찾은 후 그에 대해 그 나라 언어로 공부를 할 때 언어는 급속도로 늘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영어를 배울 환경은 이미 충분히 갖춰졌다. 영어는 전세계 공용어인만큼 어떤 소재에 대해서든 영어로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하고 싶으면 밋업에서 내가 좋아하는 주제의 모임을 찾아서 나가라. 아무리 영어를 말하고 싶어도 대화 소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영어로 혼잣말하고 말지.


정말 기본적인 말일지도 모르지만 아일랜드든, 영국이든, 캐나다든, 호주든, 뉴질랜드든, 전세계 어디든 영어를 배우기 위해 간다면 제발 영어 하나만으로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을 조심했으면 좋겠다. 시험용 영어만 12년 동안 배운 한국인들이 꼭 재미있게 영어를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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