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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l May 08. 2019

아일랜드에서 어학원에 다녀야 할까

학생 비자가 아닌 워홀 비자 기준

단도직입적으로 나는 어학원을 절대 비추한다. 처음에 나는 어학원에 전혀 다닐 생각이 없었다. 어학원 다닌다고 해서 영어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를 사귀고 여러가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4주를 등록했다.


결론적으로는 실망스럽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일랜드 외국인 비율의 적지 않은 규모를 차지하는 브라질리언 때문이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아일랜드에 체류하는 브라질리언은 1만3640명이다. 10만명대인 폴란드(12만2515명)와 영국(10만3113명)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규모다.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 등 다른 EU 국가 국민들이 1만명대인 것을 감안하면 Non-EU 국가로서도 많다. 미국도 1만519명으로 브라질에 미치지 못한다. 참고로 한국은 1004명으로 기록돼 있다.


전체 외국인 수로 봤을 때 브라질리언 비율이 낮을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비한국인은 대부분 브라질리언이다.


일단 EU 국가 국민들은 EU 여권이 있기 때문에 드나드는 것이 쉽고 취업 제한도 없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에 오는 이유는 직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낮은 법인세 때문에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다. 실제로 made in Ireland라고 돼 있는 제품이 아일랜드 브랜드 제품이 아닌 경우가 있다. 가장 큰 예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Physiogel)이다. 피지오겔 제품 하단에 보면 made in Ireland라고 적혀 있어 아일랜드 브랜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다수 아이리쉬들은 이 제품을 모른다. 아일랜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지오겔은 독일 제품이다. 아마도 법인세 때문에 원산지 표시를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스페인의 경우에는 그 국가 경제 사정 때문에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보통 말하는 유럽계 백인들은 단순히 영어 때문에 오진 않는다.


그렇다면 어학원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외국인은 브라질리언만 남게 된다. 브라질 사람들이 아일랜드에 오는 이유는 '탈 브라질' 때문이다. 현재 브라질 경제가 매우 안 좋아서 도망치듯이 학생 비자로 아일랜드에 오는 것이다. 브라질 여권 소지자가 비자를 받기 쉬운 영어권 국가는 호주, 몰타, 아일랜드라고 한다. 호주나 몰타의 브라질리언 비율은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는 내가 아일랜드에 온 건지 브라질에 온 건지 모를 정도로 브라질리언 인구가 많다.


이 때문에 영어 공부가 단순히 목적이 아닌 브라질리언이 적지 않다. 대부분 만나게 되는 브라질리언은 학생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데 학생 비자의 경우 체류 가능 기간 8개월 중 6개월은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 이들은 6개월 등록을 해놓고 출석체크만 한 뒤 수업에 참여하지 않기도 한다. 보통 캐쉬잡을 뛰러 나가는 경우다. 캐쉬잡은 현금으로 급여를 받는 일을 말하는 것으로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최대 근무 시간 이상을 일할 수 있다. 학생 비자의 주 최대 근로 시간은 20시간, 여름방학 기간 주 40시간이다.


아일랜드의 최저 시급이 브라질보다 높다는 점도 아일랜드에 브라질 사람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2019년 아일랜드 최저 시급은 9.80유로로 한화로 1만2800원 수준. 브라질 최저 월급은 998레알화로 29만원이다. 시급이 아니고 주급도 아닌 '월급' 말이다. 학생 비자로 주 20시간만 아일랜드에서 일하면 브라질 최저 월급 수준을 벌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도망은 쳐야겠고 동시에 영어도 같이 쓰면 좋다는 생각에 많은 브라질리언들이 아일랜드에 몰리는 것이다.


내가 학원에서 만난 브라질리언 중 한 명은 변호사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또 다른 한 명은 건축 분야에서 미국에서도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유부남 사업가다. 왜 아일랜드에 브라질리언이 많냐고 물어보니 임금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 구체적으로 네가 왜 여기에 왔는지는 묻지 않았다.


말이 너무 길었는데 일단 어학원을 비추하는 이유는 이 수많은 브라질리언 때문이다. 보통 한 반에 브라질리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을 넘는다. 자국민끼리 모여있으니 아무리 어학원이라고 해도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한다. 그러면 영어로만 대화가 가능한 나는 소외된다. 간혹 영어로 대화를 하지만 꾸준히 이어지진 않는다. 또 선생 말을 디질라게 안 듣는다. 선생이 말하고 있어도 꾸준히 수다를 떤다. 수업 중에도 서로 영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한다. 수업이 오후 1시에 시작하면 제 시간에 오는 학생은 1~2명 뿐이다. 그래서 수업도 꼭 15~20분, 길게는 30분 이후에 시작하는 경우가 잦다. 끝나는 시간은 같은데 말이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물론 영어가 정말 안되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어학원이 반드시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어학원을 등록하면 기간과 무관하게 스튜던트 립카드를 발급 받아 학생 신분으로서 여러가지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빼면 학원 자체의 매력은 떨어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영어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 그리고 학원 등록이 필수가 아닌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에게는 아일랜드 어학원이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학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다. 차라리 그 돈으로 천정부지처럼 오른 더블린 집값에 보태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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