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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Sep 30. 2022

장모님의 기적

장모님 이야기 (1)

장모님의 기적

장모님의 기적

장모님의 기적


2, 3년 전부터일까?

           

장모님께서 순간순간 기억을 놓았다. 치매 증상, 그건 아닌 것 같다. 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점점 야위어지셨다. 98세 장모님 에게 그냥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려니 치부했다. 그런데 노화 현상의 일부일 수 있지만 모두 다는 아니었다. 오늘 장모님은 아주 건강한 분이 되셨기 때문이다.

     

지난주, 셋째 형님으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늘 다니던 동네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어머님께서 황달, 신장병, 상복부 통증이 심하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단다. 형님은 개인 사정이 있다며 시간 내기 어려우니 동생에게 와주길 부탁했다. 나는 걱정으로 긴 한숨 토해내는 아내의 표정을 재빨리 읽었다. 얼른 달려가려는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모처럼의 순발력이다. 틀림없이 아내는 큰 점수를 주었을 것이다.




장모님을 모시고 OO 병원으로 갔다.

여기저기 검사를 받으러 다녔다. 맘속으로 장모님의 무탈함을 빌며 정성껏 힘주어 휠체어를 밀었다. 딱딱한 휠체어가 오늘따라 부드럽게 밀려갔다.

     

초음파 검사 결과, 담석증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담석이 꽉 차서 내시경 수술을 해야 합니다. 전문병원으로 연결해 줄 테니 빨리 가세요. 어머님의 고통이 크셨을 겁니다.”라고 자상하게 안내해 주며 진료소견서를 써주었다. 그동안 몹시 아팠을 장모님 모습을 그려보니, 순간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고개를 돌리며 애써 눈물을 감췄다.

     

나는 한국어 수업이 있어 무거운 발걸음 뒤로 하고 수원행 버스를 탔다.   

   



이제부터 오롯이 간병인이 된 아내가 전해온 장모님 소식이다.

장모님은 광주 OO 병원에서 1시간 정도 수술했는데 담석이 너무 커서 풍선 요법으로 제거했다고 했다. 마취에서 겨우 깨어났고, 밤사이 몸을 부르르 떨며 열이 오르고 오한이 심하다며, 아내는 “빛의 속도로 기도해 달라”라고 큰 목소리를 전화 속에 꽉 담았다. 그리고 급히 간호사를 불러 해열제를 투여했다고 했다. 나는 즉시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가 통했을까? 다행스럽게 장모님의 혈압은 200mmHg에서 140mmHg으로 떨어지고 몸 떠는 현상도 잡혔다고 했다.



마침내 아내가 평정심을 되찾았다. 


느긋하게 전화하며 이젠 괜찮은 간병인이라며 무용담을 펼쳤다.

“밤새 3시간 정도 잤다. 두 시간마다 간호사가 왔다. 장모님께선 두세 시간마다 화장실에 갔다. 간이침대가 낮고, 딱딱하고, 좁아서 움직일 수 없었다.”라고 불평인지, 행복인지 연신 얘기해댔다.  

    

“그리고 쓸개만 있는 게 아니고 간에서 나온 관이 몇 줄기 있어서 이곳으로 소화액인 담즙이 나온다. 이빨로 씹어 이루어진 1차 소화를 가까운 간으로 보내서 흡수 해독을 하는데, 어머니는 이게 잘 안 되어 황달이 오고, 두드러기가 생기고, 피곤하고, 음식을 잘 못 삼키고 체중도 빠지고”. 이제 아내는 의사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사실, 아내는 작년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지금은 일반 요양보호사가 장모님을 돌봐주고 있지만, 장모님 상황이 안 좋아져 일반 요양보호사마저 외면하면 아내가 가족 요양보호사 되어 장모님을 돌보려고 한다. 미래를 내다보고 철저히 준비하는 아내의 예지와 노력에 탄복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훌륭한 아내를 둔 내가 행운아인 것 같다. 

    



다음날, 장모님께서는 MRI(자기 공명 영상검사) 촬영을 했는데, 작은 담석이 남아 있어서 30분 정도 추가 수술을 했다. 드디어 담석을 모조리 제거했단다.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잘 견뎌준 장모님이 고맙고 위대해 보였다.

     

셋째 형님은 “OO가 어머니에게 신장 약 먹여 살리더니, 담석 제거해서 또 살렸으니 120살까지 살 거야.” 한껏 추켜세워준 오빠의 말 한마디, 아내는 더 열심히 효도할 것이다. 아니다. 아내는 초들물 되어 효도를 시작할 것이다.

     

오늘은 장모님께서는 혼자서 링거 거치대를 밀고 화장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밥도 잘 먹고, 소화도 잘 시키고, 배설도 잘하신단다. 몸의 모든 부분에서 기력이 생기고 완연히 혈색이 돌아왔단다. 특히, 병문안 온 자식들을 구별하여 덕담해 주셨단다.

     

며칠 전 장모님은 눈앞에 있는 자식들의 얼굴과 이름도 잘 몰랐었는데 모두 또렷이 기억했다니. 98세 어머님께서 어려운 수술을 두 번이나 받고, 마취에서 깨어나고, 밤새 극심한 고통을 이겨 내고, 몸의 모든 기관이 정상으로 되돌아와 거뜬히 건강을 되찾은 것은 '기적'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장모님의 기적 이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의 효도를 먹으며 살지 않을까?

 

나는 처가 8남매의 남다른 효심에 감동했다. 자녀들의 각양각색 효도와 깊은 사랑은 부모님의 건강으로 선물 되어 자식들에게 되돌아온다. 아니 밝은 햇살 되어 아침을 여는 여명 (黎明)처럼 함빡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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