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후, 알게 된 비화(祕話)

처참한 청바지 학살 사건

by 초들

44년 후, 알게 된 비화(祕話)




제78주년, 뜻깊은 광복절 날에 아내와 저는 44년 전 ‘청바지 사건’을 소환했습니다. 순간의 나의 실언(失言)으로 새 청바지만 얄궂게 훼손당하는 일이 있었더라고요. 이실직고(以實直告)하겠습니다.



Aug 15. 2023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글


제목: 사랑이 이렇게 괴로운 걸까?


탄탄히 쌓은 아름드리 성(城)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는 듯하다.

내가 “청바지 입은 네 모습, 안 좋아 보여”라고 했지. 이렇게 말해서 샐쭉한 표정 지으며 버스에서 내렸을까? 지금 나의 마음은 뒤집어졌다. 매사 하나하나에 꽁냥꽁냥 정성을 담고 있는데, 너는 도무지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 일에도 토라지고 마네. 아니다. 너의 자존심이 몹시 상했을 것 같다. 잠시의 실언(失言)에 넓은 아량을 구할게. ‘허허, 정말이지 나는 영원한 고독의 방랑자, 크놀프 인생인가? 그 누구에게도 정겨운 사랑을 못 받는 가련한 존재일까?’하고 심통을 부려본다. 나는 네가 밉지 않다. 항상 모든 느낌이 사실이 아니기를 새가슴 되어 바랄 뿐이다.

...



이 글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린 후, 저는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그때 왜 쌩하며 버스에서 내렸어? 엄청 쫄깃쫄깃 마음 졸이고 고민했는데. 뭐야?”

“아, 그때 청바지 입은 내 모습이 안 좋다고 했잖아. 싹둑싹둑, 잘근잘근 가위질해서 버렸어.”

“왜? 청바지가 무슨 죄가 있길래?”

“그냥. 기분 나빴거든.”


어허. 그런 처참한 청바지 학살 사건이 있었다니. 44년 지난 오늘에서야 알았네요. 늦었지만 멋진 청바지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사실 뒤늦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그때는 내 여친의 청바지 입은 모습을 ‘아주 섹시(sexy)하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멋있기만 했는데. 다른 남자에게 시선을 강탈당할까 봐, 두려웠는지.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요즘인데. 아무튼 라떼 세대의 웃픈 얘기지요.


70년대, 우리들은 왜 그렇게 주변 사람을 의식하며 살았는지, 생각할수록 우습네요. 예쁜 새 청바지를 입었던 내 여친은 눈부시게 아름다웠었는데.


'참참참. 못 말려.'

뒤늦게 아내에게 싹싹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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