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려다 만 하늘이라서 몹시 흐리네. 상냥한 별님들의 대화를 들어본 지, 꽤 오랜만인 것 같아. 잿빛 하늘 아래, 그 밤 속에서 이 글을 쓰니 왠지 처량하다. 외롭다. 시간 보내기가 지루하다. 네가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오려나. 나도 모르게 눈길은 자꾸자꾸 문 가까이 가보지만, 금방 정적만이 흐른다.
너와의 헤어짐은 영원하든, 순간이든 씁쓸할 거야. 너랑 나랑 꿀맛 같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집에 오면 항상 그렇지만 무척 쓸쓸해진다. 얼른 달려가 너를 또 보고 싶고.
썰렁한 방(房)에서 튀김을 먹기 시작했어. 물 한 잔 마셨더니 물맛이 형편없네. 그래서 콜라 사러 갔다. 코카콜라 한 병과 튀김을 다 먹고, 또 짬뽕까지 시켜 먹었다.
그리움이란 이처럼 숨 막히는 초조함과 긴장감을 가져오는 걸까?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든다. 문득, 낡은 원고지를 찾았다. 너를 생각하며 끄적거린 글이란다. 작문(作文)을 즐겼던 지난날, 원고지에 널 그리워하는 심정을 글로 많이 써놓은 것 같아. 언제든지 내 방에 오면, 테이블 위에 잔뜩 써놓은 글을 읽어보렴.
承弟야!
군더더기 생각일랑 하지 말고, 오직 우리 순결(純潔)한 사랑을 하자. 온몸과 마음을 깡그리 바쳐 아낌없는 정열(情熱)로 사랑하자. 나는 바란다. 내 承弟가 성실히 사랑하는 사람이 되길.
숙직(宿直)을 한다. 13일 오후 광주에 다시 올라갈 것이다. 너를 보고 싶어 한 시각이라도 빨리 달려가겠다. 네가 아주 많이 기다렸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나는 지금 따뜻한 이불속에 온몸을 숨기고 있다. 널 그리면서. 나의 사랑은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묘하다. 왜냐고? 항상 너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이지.
대입 원서를 쓰고 난 후 유치에 오렴. 직행버스를 타면 좋지만, 자주 없으니 완행버스를 타고 와. 혹시 내려오게 되면 반드시 미리 연락하고 오기를. 번거로우면 안 와도 된다. 내 마음인데 갈피 잡기 힘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