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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Aug 24. 2023

글램핑 매력에 푹 빠지다

만원의 진정한 행복이었다

글램핑 매력에 빠지




<주말 가족 모임 안내>

-일시: 2023.08.19.(토) 7:00pm

-장소: 글램핑 바베큐장 용인 캠핑 OO, 25번 방

-모든 가족과 강아지 세 마리 포함, 8명으로 예약함


딸이 보내 온 카톡이다. 오랜만의 가족 모임이라서 몹시 설레었다. 그런데 ‘글램핑(Glamping)’이라는 용어는 생소했다. “글램핑이 뭐지?” 아내에게 물었지만, 영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캠핑도 아니고 글램핑이라니.’ 나는 계속 ‘글램핑이 뭐야?’하고 궁금해졌다.


    

드디어 '글램핑 바베큐장 용인 캠핑 OO'에 도착했다.


텐트는 아니고, 카라반도 아니고, 방갈로도 아닌 베니아 판으로 지은 작은 박공지붕 모양 건축물을 텐트로 둘러싼 작은 집들이 분수대가 있는 연못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빙 둘러싸여 있었다. 특히, 텐트를 둘러싼 앵두 전등은 밤에 아주 예쁠 것 같았다. 조경도 잘 되어 있어 마치 여행 온 것 같았다. 신기했다. 멋있었다.


집 내부를 들여다보니 소화기, 일산화탄소 경보기, 조명시설, 에어컨, 작은 냉장고, 식탁, 의자, 행거, 반찬대, 쓰레기통, 모기향, 전기모기채, 병따개, 휴지, 여분의 부탄가스 등이 있었고, 텐트 안 버너와 입구에는 야외 바비큐 화로가 있었다. 참으로 깔끔함과 세심함이 돋보였다. 그리고 많은 부대시설이 있었다. 사무실, 체육관, 농구장, 수영장, 매점, 놀이방, 게임장, 방방이, 노래방, 그리고 야외 불멍하는 곳, 산책로, 화장실, 애견 놀이터, 넓은 주차장 등의 시설물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넓은 땅에다 사람의 정성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글랭핑 랜드(land)였다.   



주변 환경에 넋 놓고 둘러보고 있는데, 딸이 “아빠, 강아지 데리고 집 지키세요. 장 봐 올 테니까요”얘기하며 나갔다. 옆집 24, 26번 방에서는 벌써 고기를 굽고 있었다. 강아지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예민해진 강아지를 보며 "앉아. 기다려." 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얼마 후, 네 사람이 음식 거리를 한가득 사가지고 왔다.

"아빠, 음식 거리가 24만 원 넘어. 고깃값이 비싸요."

"아니. 비싸다고? 미리 준비해 왔으면 좋았잖아."

"아빠는, 글램핑장에서는 장소만 대여하지, 음식 거리는 이곳에서 사 먹어야 하는 거야."라고 얘기했다.


순간, '아하, 이게 글램핑인가?' 드디어, 궁금증이 조금 풀렸다. 글램핑을 검색해 보니 '화려하다.'는 뜻인 영단어 '글래머러스(glamorous)'와 '캠핑(camping)'을 혼합하여 만든 신조어로 음식, 가구, 조리기구, 텐트 등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미리 준비된 상황에서 즐기는 캠핑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글램핑은 음식도 잘 준비되어 있어서 몸만 쏙 가서 편하게 놀다 올 수 있는 야영의 펜션화인 것 같았다.



저녁이 어스름하게 내려오면서 불이 켜지고 캠핑장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우리 가족은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고기(삼겹살, 목살), 소시지, 어묵, 가래떡을 구워 햇반과 함께 상추, 깻잎쌈으로 먹고, 후식으로 라면, 음료수, 고구마를 먹었다. 코 쌕쌕 거리는 강아지들에게도 고기를 잘라 골고루 먹였다. 고기를 주니 세 마리 강아지가 의자에 앉아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신기했을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해 대니, 우리 가족은 '동물원 안의 원숭이' 같았다.



실컷 먹고 난 후, 산책을 했다. 정말 밤이 예뻤다. 강아지들이 잔디밭 위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엄청 좋아했다. 구름다리 위를 걸을 때에는 한껏 기분이 도취되어 기분이 좋았다. 서로 다른 가족들이 한 가족처럼 지나쳐가며 인사를 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거대한 가족 군단이 된 것 같았다.



이곳저곳 기웃기웃, 한 바퀴를 거의 다 돌았을까? 아들이 "그만 가자."라고 했다. "오빠, 달 보러 가야지. 좀 기다려. 분명히 인터넷 검색했을 때, 달이 있다고 했거든." 딸이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나는 '달이라니, 뭐지? 달이 하늘에 떠있는 건데. 어디 달이 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뒤따라 갔다. 그랬더니 와, 하얀 달 조형물이 있었다. 조형물 안 쪽에는 전등이 있어서 진짜 달처럼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인증숏을 찍으며 실소(失笑)했다.



"오빠, 엄마가 멍 때리고 싶다네." "뭐? 멍 때리려 가자고." 우리는 딸을 따라갔다. 캠프 파이어 장에 갔더니, 빙 둘러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놔져 있었다. 얼마동안 불멍을 때리다가 25호 방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잔잔한 재미가 있어서 또 나가고 싶었다.




벌써 사용 제한 시간 3시간이 다가왔다. 되돌아가야 할 시간, 똑똑이 딸은 텐트 안을 깨끗이 정리한 후, 인증숏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청소보증금 1만 원을 환불해 준다며 빨리 정리하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모두 사용한 식기를 바구니에 넣고, 그릴과 마신 음료수 캔과 유리병을 데크 위에 올려두고, 쓰레기와 음식물 찌꺼기를 분류하여 텐트 밖 쓰레기통에 버렸고, 텐트 안 모든 시설물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깔끔히 정리했다. 시원함을 책임졌던 에어컨을 끄니, 비로소 청소가 끝났다. 25번 방을 사용한 우리 가족의 자존심을 1만 원에 팔 수는 없었다. 만약 모든 사용자들이 정리하지 않고 퇴실한다면, 직원들은 102회 이상 방을 치우느라 너무 힘들 것 같았다. 회사 측의 아이디어가 좋았다. 1만 원으로 살 수 없는 만원의 진정한 행복이었다.  

     


지난날, 친구들과 직접 텐트를 설치하여 좁고 불편한 공간에서 모기에게 헌혈하며, 자연을 가까이 느껴보았던 캠핑을 기억해 봤다. 어쩌면 불편함을 극복하며 친밀해지는 과정이 캠핑의 매력이었다면, 글램핑은 캠핑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제반 준비를 일절 하지 않고도 취향에 맞는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었던 글램핑, 또한 다양한 액티비티(actitivity)와 여행 아닌 여행 같은 감성을 느껴보았던 멋스러움은 나름 또 다른 매력이었다. 무엇보다도 모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애견 세 마리와 함께 했던 오늘의 글램핑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앵두 전등 위에 이어진 감성들, 아빠 생각하느라 목살 사다준 딸,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서울에서 달려온 아들, 땀 뻘뻘 흘리며 고기를 구워준 사위,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세 마리 강아지들이 있었던 글램핑.



드디어 오늘, 나는 글램핑의 매력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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