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개(개이름: 애기, 대표, 대리)를 위한 특별한 시간,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개캠핑까지.
이제부터 우리 집 개캠핑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이런 사유(事由)가 있었다.
얼마 전, 16년 된 노령견, 애기(aggie)가 종양 제거 수술을 했다. 애기는 눈에 생긴 종양, 피부 곳곳에 생긴 종양, 비장에 생긴 종양 등으로 심각한 통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특히 눈에 생긴 종양은 너무 크게 자라 눈 밖으로 돌출되어 활동하는 데 아주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애기는 아예 활기도 없고 늘 누워 잠만 잔다. 또 비장에 생긴 종양으로 인해 간혹 혈변을 싸기도 했다. 사실, 너무 안타까운 애기를 지켜본 우리 가족들과 지인들은 감염의 위험도 있고, 삶의 질이 바닥인 애기를 위해 안락사를 권했다. 하지만 개주인, 딸아이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돈을 모아 모아 마침내 수술받게 했다. 막상 수술을 앞두자, 우리 가족은 애기가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아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딸아이는 페이스북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했고, 애기가 수술할 때,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을 때, 온몸을 부르르 떨며 깨어날 때까지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 하긴 새끼 강아지 때부터 노견이 될 때까지 길렀으니, 딸아이의 극진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딸아이 정성이었을까? 하나님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애기는 회복되어 건강해졌다.
애기(aggie)
대표(ceo)와 대리(代理)는 7~8살 정도 강아지이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이니까 꼬리치고 반갑다고 거실에서 달리기를 했다. 우리들이 서로 얘기꽃을 피우며 맛있는 음식 삼매경에 빠졌을 때, 강아지들은 가까이 다가와 코를 벌름거리며 꼬리를 쳐댔다. 하지만 연신 강아지를 저만큼 물리쳤다. 그랬더니 기분이 나쁜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짜증 내며 막 짖었다.
대표(ceo)와 대리(代理)
갑자기 딸아이는 아빠 생신 축하도 하고, 애기, 대표, 대리에게 특별한 추석 추억을 만들어 주자며 개캠핑을 가자고 했다. 우리는 한 목소리로 찬성했다. 서둘러 장보기를 한 후, 개캠핑장으로 향했다.
개갬핑장은 강아지 천국이었다.
강아지들은 산책로를 지나가며 온갖 냄새를 맡았다. 오가는 친구 강아지와 코를 대며 인사했다. 운동장을 고속으로 뛰어다니며 신나게 개놀이에 빠져들었다. 수영장에서는 수영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본능적으로 개헤엄을 잘 쳤다. 무척 신기했다.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배가 출출한 걸까? 고기 굽는 냄새에 반했을까?
강아지들은 고기를 굽는 바비큐 화로 가까이로 겁도 없이 다가왔다. 고기를 달라고 식탁을 박박 긁었다. 나는 소고기를 잘라 식혀서 조금씩 감칠맛 나게 주었다. 강아지들은 꼬리를 내리고 앉아 공손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 최고급 한우 갈빗살, 살치살을 한 점이라도 더 얻어먹으려면 그 정도 성의는 당근이지’
강아지들을 소파 위에 앉혔다. 배부르고 스트레스가 다 풀렸는지, 말을 잘 들었다.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애기에게는 ‘내년에도 또 오자’라고 속삭이며 슬쩍 눈빛 교환을 했다.
귀로 길에 강아지들은 아주 얌전했다. 금방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아주 편안하게 새록새록 잠잤다. 강아지를 보니, 개캠핑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그러고 보니 개나 사람이나 쉼이 필요한 것을... 금년 추석 연휴, 개캠핑은 100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