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와 산책을 했다.
대표(ceo)는 아들의 애완견(愛玩犬)이다.
7, 8년 전부터 우리(나와 아내)가 기르고 있다. 기른다기보다는 가족처럼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대표는 최고의 호강을 누리고 있다. 언제나 침대 위에서 코 골며, 잠꼬대하며 늘어지게 잔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사료를 주면 바로 먹지 않아 간식 죽, 고구마, 계란 노른자, 고기 등을 섞어준다. 나날이 까다로운 입맛은 사람보다 더하다.
아침, 저녁 산책 시간이 되면 가관(可觀)이다. 빨리 나가자고 내 몸 주위를 돌며 발로 박박 긁는다. 이러니 산책을 나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표 덕분에 산책을 하게 됨은 유익한 건강 덤(dum)이긴 하다. 아침 산책은 주로 내가 20~30분 정도 하고, 저녁 산책은 아내가 한 시간씩 한다. 대표는 나하고 산책 다녀온 후에는 기분이 좋아 연신 거실 바닥을 뛰어다니지만, 아내와 다녀온 후이면 거실에 쭉 뻗어 누워 얼마 후 코를 곤다. 저녁 산책 시간에도 대표는 나에게 산책 가주길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대표와의 산책은 어렵지 않다. 대표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면 된다. 대표가 좋아하는 코스는 네 가지인데, 날짜를 달리해서 다닌다. 오가는 길을 어떻게 잘 아는지 참으로 신통하기만 하다. 비 오는 날이면 오줌, 똥만 재빨리 누고 바로 뒤돌아 집으로 온다. 그 또한 신통하다.
대체로 대표는 정해진 장소(?)에서 코 킁킁대며 냄새 맡고 영역 표시를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 애완견들은 모두 정해진 장소에 집중 영역 표시를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영역 싸움을 하는지, 독한 오줌을 사정없이 갈겨댄다. 대표도 산책할 때마다 정해진 장소에 가면 어김없이 또 영역 표시를 하고, 뒷발로 박박 긁으며 '이곳은 내 영역이야'하고 다른 강아지에게 경고를 한다. 애완견들의 영역 표시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슷함을 알고 실소(失笑)한다.
대표(代表, ceo)
'대표'라는 이름은 아들 회사의 성공을 기원하며 대표로 이름 지었다. 하지만 대표는 아직 회사 대표가 아니다. 아들이 나름 회사를 세워 10년 간 고군분투하다가 코로나19로 운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이제 또 다른 회사를 운영해 보려고 준비 중이다. 잘되길 바란다.
대표야!
8살이면 너도 나와 같이 익어가고 있다. 하루빨리 꼭 대표(代表)가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나는 아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대표와 산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