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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n 01. 2024

대장에 게실이 있네요

그래도 다행스럽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았더니, 항문에서 뭔가 흘러내리는 듯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뭐지?’하고 변기를 보니, 온통 선홍색 핏물이다. 항문에서 줄줄 피가 흘러나와 변기의 물을 빨갛게 물들였다.


‘아이고, 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 나는 깜짝 놀랐다. 순간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피가 나오다니, 치질(痔疾)이 재발했나? 놀란 토끼 가슴 되어 이 궁리, 저 궁리를 해봤지만, 초조할 뿐이었다. ‘혹시 (癌)?’ 나는 최고로 불안 상상의 수위높였다.

     


다음날, 나는 28년 전 치질을 수술했던 한마음 외과에 갔다.


그때 친히 수술해 줬던 강0환 원장님이 계셨다. 아주 반가웠다. 왠지 무척 안심되었다. 원장님께서는 정한 전문가 익숙한 손놀림으항문에 뭔 기구?를 넣어 이곳저곳 헤집어 보셨다. 찝찝함도 잠깐. 잠시 후 “괜찮습니다. 피곤하면 코피 나듯이, 항문 가까운 부위에 염증이 생겨 출혈이 생겼어요. 무리하셨나 봐요. 푹 쉬면서 처방해 준 약 잘 먹도록 하세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내 마음에는 평안행복이 찾아왔다. 강 원장님이 너무 고마웠다.


“원장님, 제가 금년에 건강검진받아야 하는데, 원장님께 대장 내시경 받고 싶어요.”

“아, 그래요. 그러면 대장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난 4월 27~28일 양일간 왕복 12시간 이상 운전하며 진해와드에 다녀온 게 무리가 되었나 싶다. 장년선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러 다녀오느라 그까짓 피곤함은 괜찮다고 무시했는데, 내 몸은 엄연히 힘들었나? 그래서 특히 약한 부위인 항문에 염증이 생겼을 것이다. 새삼 과로나 심한 스트레스를 피해야 함을 깨닫는다. 2주일쯤 지났을까? 더 이상 항문에서 피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주에는 건강검진과 위・대장 수면내시경을 받았다.

  

“위에 용종이 한 개 있어 떼어 냈습니다. 대장은 깨끗했지만, 게실(憩室)이 있습니다.”

“게실이라고요, 게실이 뭔가요?”

“아, 게실은 내부공간이 있는 대장의 벽에 바깥쪽으로 돌출된 비정상적인 작은 주머니를 말합니다. 소화기관의 내벽이 노화하면서 근육이 약해져 생깁니다. 대장게실의 주머니 안으로 오염물질이 고여 염증을 발생시키거나 출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섬유질을 적게 섭취한 경우 발생하므로, 고섬유질 식이가 필요하며, 곡물 식품, 야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항문의 출혈은 게실 때문인가요?”

“아닙니다. 게실은 괜찮아요. 위염이 있으니 2주 정도 약 드세요.


    

1주일 지난 오늘 다시 병원에 갔다.

강 원장님께서는 대장 내시경 사진을 다시 보여주며, 게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이 부분이 게실입니다. 대장게실이나 위의 용종은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앞으로는 섬유질 음식을 많이 드세요. 가셔도 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마음이 놓이면서 뛸 듯이 기뻤다.      



나이 들어가는 걸까? 


사실 이번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얼마나 가슴 졸였던가?’ 항문에서 피가 흘러나왔기에 이번 대장 내시경 결과를 몹시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위에도, 대장에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참 다행스럽다.

     


왠지 기분 좋은 하루!


점심・저녁 식사를 하며 콩나물과 깍두기, 고구마를 한가득 먹었다. 내일부턴 더 많은 섬유질 음식을 먹으리라 다짐하니, 어느덧 행복한 미소가 내 입가에 가득 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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