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초 이야기 (8)
강력 한파가 왔다. 내 고향, 도초도에도 세찬 바람이 불고 눈이 많이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을 헤치며 섬초를 수확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최근 급격히 치솟는 섬초 가격 때문일 것이다.
초보자인 나도 열정 대열에 합류하려고 오늘 아침 일찍 부지런 떨었다.
‘혹시 이 추위에도 섬초 수확하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서 들로 나갔다. 아무도 없었다.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치는 을씨년스러움. 들은 온통 고요했다. 알 수 없는 평화가 공존했다.
밤새 내린 눈은 시금치밭을 눈 반, 시금치 반으로 만들었다.
웬걸 도로에도 눈이 없었다. 바람의 심술일까? 고마움일까? 눈을 다 날려버렸다.
바람결이 차다. 매섭다.
등지고 걸을 때는 저절로 몸이 앞으로 갔다.
하지만 바람맞으며 뒤돌아 걸으니, 걸을 수가 없다.
순간 귀가 시리고 얼굴 때리는 눈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다.
겨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눈보라 치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졌다.
바람막이 많은 동네 길을 걸었다.
동네 길에는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신발이 푹푹 빠졌다.
세찬 바람이 점령한 들의 눈을 날려 신작로를 열어주고, 바람막이 많은 동네 길은 눈이 소복이 쌓이고.
눈은 묘하게 우리네 인생살이를 대변하고 있었다.
오늘은 눈 때문에, 바람 때문에 사람들이 바람막이 집 안으로 숨었다.
그러나 눈 때문에, 바람 때문에 섬초는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섬초는 쉬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브런치 글방에서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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