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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Jun 12. 2024

창업일기 5장 3화

양성자 암치료기 개발 비화와 디자인 경영

P의 회사는 정식으로 주주가 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P는 다시금 이 일본 스타트업 기업의 강점인 초소형 양성자 암 치료장치의 탄생까지 얽힌 비화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언론에 기사가 나와 있어서 그 내용을 발췌해 보았다.


다음은 P가 요약한 기사의 내용이다.


창업일기의 앞 장에서 몇 번이나 전술한 바와 같이, 양성자치료는 수소의 원자핵인 양성자를 가속하여 종양에 조사(照射)하는 방사선 치료법 중 하나이다.

일본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새로운 암 치료법으로 도입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40만 건 이상의 치료 실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에서 사용되는  X선은 체표 면에서 에너지가 최대가 되어 몸속으로 들어갈수록 약해지는 반면,  양성자선은 종양의 위치에 맞게 에너지 피크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종양에 핀 포인트(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에 대한 손상을 줄이고 부작용을 낮게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양성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은 일본에도 19곳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일본 내 신규 암환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의 환자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있었다.


보급이 진행되지 않는 배경으로는, 3층 빌딩 정도 높이인 양성자치료장치의 거대한 사이즈와 그것을 도입하는 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 '초소형화'를 실현한 두 가지 비결


일본 스타트업 기업인 X사는 이 오랜 난제에 독자적인 접근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었다.

양성자선 치료를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조금 사이즈를 작게 한 정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X사의 사장 F가 목표로 한 것은, LINAC(Linear Accelerator: X선 치료장치)와 같은 정도의 사이즈였다.

몇십 %를 작게 하느냐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초소형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2개의 Key가 되는 기술의 조합이 필요했다.


- 이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지금까지 없었던 장치 구조


우선 초소형 장치를 설계함에 있어 장치 구조의 변경은 필수였다.

여러 방향에서의 조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회전 갠트리(Gantry: 수평 빔의 중간에 넓은 간격을 두고 지지대를 내려 다리 모양으로 만든 것)라고 하는 구조가 채용되고 있어, 환자의 주위를 수십 톤이나 되는 전자석을 360도 회전시킬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장치가 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업계의 상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F는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구조인 Magnetic Gantry를 발명했다. 자기장(磁氣場)의 최적화에 의해 빔 자체를 구부려 거대한 구조체를 필요로 하지 않고 임의의 각도에서 조사를 실현한다는 발상이었다.


- 어떻게 ‘마그네틱 갠트리’라는 발상에 이르렀을까?


F는 LINAC 크기를 목표로 방의연(放醫硏: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에서 중입자선(重粒子線) 치료장치를 소형화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패턴을 설계했지만 이 노선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회전을 어떻게든 중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기계를 움직이지 않고 양성자선을 조사하려면 어떻게 할까를 계속 고민하던 어느 날, 기계를 반으로 하고 양성자선을 구부리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획기적인 기능을 지닌 마그네틱 갠트리의 아이디어가 생겨났고, 사업화를 향해 단번에 가속해 나아갔다.


- 한층 더 소형화를 목표로 채용한 초전도 기술


마그네틱 갠트리의 기능을 실현하는 것뿐이라면 상전도 전자석(常傳導 電磁石)으로 구성해도 된다. 그러나 양성자선을 구부리려면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킬 필요가 있어, 상전도 전자석을 채용하면 아무래도 장치 전체가 거대해져 버린다.

이것으로는 애당초 목표로 했던 「초소형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눈독을 들인 것이 초전도(超傳導) 전자석이었다.


초전도 기술은 최근 자기부상열차에서 주목받고 있고 MRI 등 의료기기에도 응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초전도체로 만들어진 코일을 절대 0도(-273도)에 가까운 온도까지 냉각시키면 초전도 현상에 의해 코일의 전기저항은 0이 된다. 그 결과 초전도 전자석은 일반 전자석보다 더 강력한 자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최첨단 기술의 채택을 결정하고 초전도 코일 제작을 위한 권선(卷線) 작업이 시작되었다. 언뜻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이 와인딩 작업이야말로 장치의 코어 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의 상황을 창업 멤버의 한 사람이기도 한 기술개발부 부장 T는 이렇게 되돌아보았다.


“당시(2019년) X사는 예전 방의연 출신의 창업 멤버와, 방의연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대기업 출신 베테랑 기술자 몇 명뿐이었다.

장치 설계의 도면을 보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고 논쟁을 거듭한 날들은 어쨌거나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제조'에 관해서는 고난이 계속되었다. 장치의 핵심이 되는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방의연 시절의 인연을 찾아내어 많은 기업으로부터 조언을 받아, 결국 자체 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이 나왔을 때에는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


- 종이에서 실물로 만들어내다.


2020년에 들어서자, 전용 권선기를 X사에 설치하고 기술개발부를 총동원하여 코일의 자사 제작이 스타트되었다.

권선의 리더로서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던 기술개발부원에게 그 당시의 심경을 들었다.


“지금까지 도면이나 모형으로만 보지 못했던 것이 드디어 제조의 국면에 들어가 현실의 물건이 되었구나,라고 하는 설렘이 있었다.

철심에 초전도 선재(超傳導 線材)를 감아 전자석을 만들어 가는 것인데, 감을 때는 똑바로 정렬시켜 감아야 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게 의외로 어렵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통전 시(通電 時) 코일이 움직여 버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다시 감았다.

앞으로 많은 암환자를 치료해 나갈 장치의 핵심 부분을 맡게 된 것에 대해서는 큰 부담이기도 하였고, 지금까지 느껴 본 적이 없는 보람이기도 했다.”


- 병원에서 바라는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초전도 전자석은 2021년에 제작이 완료되었다. 그 후 오사카대학에서 실시한 실증시험에서는 전자석을 -270℃까지 냉각시키는 데 성공하여 무사히 초전도 상태를 확인하였다. 드디어 초소형 양성자 암 치료장치의 개념이 실증된 것이다.

이것은 연구자들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X사가 자랑하는 기술력의 결정체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소형 양성자치료장치는 대규모 시설을 마련하지 않아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X사는 도입을 검토하는 병원의 기대에 부응하여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한다.


- 의사와 환자의 체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디자인 경영


일본 경제산업성과 특허청이 디자인 경영 선언을 내놓은 것은 2018년이다. 이후 디자인을 중요한 경영자원으로 활용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혁신을 일으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 양성자 치료를 전 세계에 보급시킨다.


X사는 양성자를 사용한 암 치료장치를  개발하고 있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이다. 종래에 높이가 12미터 정도였던 거대한 양성자선 치료장치를 3분의 1까지 소형화하여, 양성자선 치료의 보급 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이사 사장  F는 치바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에 입소했다. 일본 각지의 중입자선 치료장치 도입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후, 2017년에 6명의  동료와 함께 X사를 창업했다.


물리학 박사인 F는 물리학과 의학의 정수를 모은 양성자선 치료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양성자선 치료가 충분히 보급되면, 암환자가 일을 계속하면서 휴가를 내고 치료를 받는, QOL(삶의 질) 높은 치료가 당연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F는 장치 크기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설 병원 건물에 들어가는 크기까지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장치 개발에 착수해 기존의 3분의 1 높이까지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는데, 개발 기법은 유저(사용자) 체험을 대전제로 상품 개발을 진행시키는 디자인 경영 그 자체라고 한다.


- 디자인 임팩트를 경영에 응용하다.


F는 처음부터 디자인 경영을 의식하고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모든 것은 마케팅이며,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치의 최대화를 목표로 하였더니 이렇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F는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디자인은 보거나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전제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장치 개발에 있어서도, 유저를 의식해서 사용의 편리까지를 포함한 디자인과 설계를 하는 것이 도입처의 의료 관계자는 물론, 실제로 치료받는 환자가 맛보는 체험 가치는 높아진다.”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서도, "대기업

메이커의 중입자선 프로젝트에 참가했을 때 본 것이지만, 뛰어난 디자이너는 단지 형태를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에게 어떤 임팩트를 주고 싶은가를 따져 본다. 그러한 디자인 사고는 기업 활동 속에서 더 널리 활용해도 좋다.”라고 말한다.


F는 회사 경영에 있어 디자인을 중요한 요소로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60명 정도의 직원 중에서 경영 기획실에 3명의 디자이너가 재직하고 있다. 그들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프로덕트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경영 계획의 스토리화나 브랜드 구축 등이며, 매우 폭넓게 활약하고 있다.


-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F는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리턴이 크다.”라고도 이야기한다.

“기획 단계부터 디자인을 중요한 요소로 도입하기만 하면 나중에 가치가 몇 배로 부풀려져 사용자 눈높이를 추구함으로써 기술 개발의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에의 투자는 아깝지 않다”.

F의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경영 스타일이 X사의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서 의료 관계자나 환자들의 체험 가치까지 높여갈 인지 기대가 된다.


P는 기사를 읽어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몇 년만 버티면 이 첨단장치가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뭉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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