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사랑이 거봉 Jun 08. 2024

창업일기 5장 2화

패밀리 비즈니스

P는 가족끼리 오픈 미팅을 소집하여 현 상황에 대해서 협의하였다.


그의 아내는 일본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선뜻 내켜해 하지 않았다.

우선 상당한 액수의 자금이 마련되어야 했고 또 해외의 작은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리스크가 크다고 본 것이다.


어쨌든 P는 아내를 설득하고, 장성하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들과 딸에게 비전을 설명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가족들은 일단 가장인 P가 판단한 일이라면 응원해 주기로 결정하였으며 자금에 있어서는 십시일반 모아서 도와주기로 하였다.

참으로 갸륵한 정성이었다.


아내는 그동안 모아 놓은 쌈짓돈을 주었고, 아들과 딸은 직장에 취업하여 미래를 위한 자금으로 모아 놓은 돈을 기꺼이 아빠의 장래를 위해서 빌려주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냥 차용증을 써서 받기에는 무언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P는 고심 끝에 가족들을 주주로 올려 주기로 제안했는데, 그의 아내는 주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기에 제외했지만, 아들과 딸에 있어서는 공동주주로 올려주기로 하였다.

이른바 패밀리 비즈니스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내와 자녀들의 종잣돈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에 투자하기로 하였지만 출자해야 될 최소 단위 금액으로는 한창 모자랐다.


P는 마침 정든 회사에서 퇴직을 하던 시기였기에 어느 정도 퇴직금이 누적되어  있었다.

그 퇴직금의 일부와, 평생 직장생활을 하면서 불입해 놓았던 보험(주로 연금보험과 변액보험 등)을 깨어서 자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물론 미래에 대한 담보를 깨뜨리고 새로운 곳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 커다란 모험으로 생각되었지만 어차피 몇 년 지나면 국민연금이 나올 것이므로, 개인연금으로 넣었던 금액은 이런 긴급상황을 위해서 요긴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 판단하여 중도에 해지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중도해지 결정은 상당히 큰 금액적인 피해를 주는 부분이 있었다.

미래의 안정과 안락한 삶을 담보받기 위해서 매월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연금을 포기하고 중도해지로 인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시불로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P는 종신보험이나 암보험, 생명보험 등의 건강과 관련된 보험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종신보험을 비롯한 건강 관련 보험은 계속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어찌어찌 꾸역꾸역 어느 정도 자금을 마련하게 되었지만, 당면과제는 한국은행에 서류를 제출해서 해외에 투자하는 안건에 대한 승인 절차가 필요하였다.


한국은행에 제출해야 될 서류는 의외로 상당히 많았다.

여기에 간단히 제출 서류를 기술해 본다.


한국은행 첨부서류 안내: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취득 관련


1. 신고서 2부


2. 사유서: A4용지 1매 내외로 해당 신고사유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할 것


3. 신고인 및 거래(계약) 상대방의 실체확인서류


- 개인: 신분증 사본, 인감증명서


- 개인사업자: 사업자등록증, 대표자 신분증 사본, 인감증명서


- 법인: 법인등기부등본, 법인인감증명서(해외법인: Certificate of Incorporation)


4. 증권 취득 계약서(청약서)


5. 재원증빙서류


- 개인: 소득금액증명서(세무서발행), 소득신고서(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 부동산등기부등본 및 매매계약서(부동산 매매 시), 부동산등기부등본 및 임대차계약서(부동산 임대차 시), 부동산등기부등본 및 은행대출계약서(본인명의 부동산 담보대출 시), 기타 재원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 법인: 표준재무제표(국세청),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감사보고서 등


6. 보유증권을 대가로 하여 증권을 취득하는 경우(국내유가증권시장 상장등록주식과 해외적격거래소 상장등록주식을 교환하는 경우 제외):


① 교환대상증권의 가격적정성 입증서류 - 회계법인이나 공인회계사 등 공인기관의 가격평가서(평가주체의 서명 또는 날인필요)등


② 평가방법은 자본시장법에 의한 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자본시장법에 의한 평가가 곤란한 경우 그 사유를 소명하는 것을 전제로 상속세, 증여세법상 평가도 인정하며 동일한 평가주체가 교환대상주식을 같은 기준에 의하여 평가하여야 함


7. 법인의 경우 이사회 결의서 또는 내부품의문서


8. 투자 개요서: 주식취득의 경우 기 투자금액, 투자비율 등 명시


9. 위임장: 대리인이 신청할 경우에는 당해 신고행위에 대한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의 위임장 원본을 추가제출


10. 서약서


11. 기타 신고기관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서류 등


한국은행에 제출할 서류를 마련하기 위해 P는 일본의 스타트업 기업과 계약서를 체결하고, 한국은행에서 요청하는 서류에 맞춰 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마침내 고생 끝에 어느 정도 서류가 작성이 되자 한국은행에 준비된 서류를 갖고 가서 사전 점검을 받았다.

한국은행 창구에서는 2주 정도 심사 기간이 걸릴 것이라 말하였으며 몇 가지 더 서류를 보완해서 제출하도록 안내하였다.


P는 최종본을 작성하여 접수에 성공하였다.


심사 기간 동안은 입맛도 떨어지고 노심초사하였다.

다행히 P의 친구 중에 한국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절친이 있었기에, 이번 투자가 특별한 문제없이 제대로 검토되도록 확인까지 해 주었다.

대단히 고마운 친구였다.


드디어 2주가 경과하자 한국은행에서 투자 승인이 이루어졌다는 통보가 왔다.


이제는 승인서를 바탕으로 최저 주식수만큼 엔화를 마련하여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하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여서 외환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엔화로 돈을 만들어 한국 법인통장에서 일본의 계좌로 송금을 해야 하는데 연일 환율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엔화가 원화의 11배 가까이 올라가고 있었다.

금의 엔저 현상을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이고, 정말 운도 없었다.


P가 원래 예상했던 금액보다 10% 이상 준비금이 늘어나고 있었다.

당황한 P는 여기저기서 또 돈을 끌어 모아야만 했다.

심지어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생각까지 했으나 이미 모기지론을 받고 있었기에 그것도 쉽지 않았다.


P의 고충을 들은 그의 장모님은 단기간에 상당 금액을 변통해 주며 응원해 주었다.

P는 항상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타나서 도와주는 장모님이 너무나 고마웠지만, 처가의 도움이 부담이 되어 석 달만에 상환하였다.


투자라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고 인내가 필요한 것인가 보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먹물만 먹던 사람이 은행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이라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P가 한국은행 승인서류를 바탕으로 법인 계좌에서 일본의 스타트업 계좌로 송금을 하고 난 후 착불 확인을 받았던 순간, P는 회사를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해외의 스타트업 기업에 출자를 한 투자자로서 그들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회사도 가족 법인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P의 회사에 투자한 일본 측 주주가 승인을 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P의 가족들 증자 참여로 인해 일본 측의 지분율이 축소되는 민감한 사안이었는데, P의 상황설명을 받아들여 주었다.


한편, 한국의 VC들은 일단 시리즈 A에 투자하는 것에 있어서 의사결정을 유보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일본 스타트업 기업의 여러 개발 상황과 현황을 직접 자기들 눈으로 보고 확인한 이후에 투자를 결정하려는 듯하였다. 그렇게 되면 시기상 시리즈 A가 아니라 시리즈 B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VC들은 그만큼 신중하였고, 그 신중한 VC들 입장에서 봤을 때 P의 회사와 같은 작은 헬스케어 컨설팅 업체가 시리즈 A에 먼저 투자를 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워하였다.


자기들보다 더 벤처 정신이 투철한 회사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소 무모해 보이는 투자를 결정하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P에 대해서 신중치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P는 주변의 논란에 대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상, 이미 결정한 사안은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이제까지 다녔던 회사에서 줄곧 배워왔던 내용을 실천한 결과였다.


과감한 가설을 세워 실행에 옮기고 반드시 체크하라는 Plan Do Check, 이 선순환에 맞춰 기업은 성장한다는 교훈과, 의료 발전에 공헌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되었다.


하루라도 빨리 양성자 암치료기가 개발되어야 한국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 마냥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 전쟁 중이라면 직접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야 하고, 총을 들 형편이 못 되면 총알이라도 보태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엔화 강세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했지만 환율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과연 이 스타트업이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가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


P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 잠을 설치고 있었다.

이전 18화 창업일기 5장 1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