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인데 아직까지도 무더위가 한창이다. 저녁 늦게는 아직 덥고, 밤늦게까지도 무더워서 에어컨에 의지한 채 잠들기 일쑤다. 밤에 창문 열어 놓고 자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런데 요 며칠 전부터 밤에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9월이 코앞이라 벌써 가을 초입에 들어선 것일까?
그런데 어젯밤에 모처럼 창문을 열고 자다 보니 이건 지옥과 다름없었다. 금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자정까지 동네 애들이 뛰어다니고 아기 우는 소리가 12층까지 들려오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술 취한 어른들의 고함 소리도 그대로 울려 퍼졌고 청소년들이 서로 부르고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폭주 배달족들의 질주인지, 오토바이의 굉음이 고막을 찢어지게 하였다.
자정을 넘기고 1시가 넘었는데 이번에는 스피드 경주대회에 나온듯한 자동차들의 굉음 소리와 경적 소리가 짜증나게 한다. 불쾌지수 급상승이다. 이게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이어진다. 파출소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걸려다 포기했다. 경찰들이 지금 뛰쳐나온 들 과연 광폭음을 내며 달리는 터보 엔진 차를 쉽게 잡을 수가 있을까? 머플러를 개조하고 터보 엔진을 장착한 차량들의 질주는 계속된다.
조금 지나니 공사장에서 야간 공사를 하는 듯 쇠망치와 지게차 소리가 들려온다. 어김없이 지축을 흔드는 자동차 바퀴 소리도 귀를 멍하게 만든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와 마찰하며 내는 소리가 밤새도록 웅웅댄다. 우웅 우웅 우웅~~~ 기계들의 파열음이 가슴을 짓누른다. 우웅거리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셈인가?
오기가 생겨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서늘한 공기는 반갑기만 한데 새벽 3시가 되도록 차와 오토바이의 소리가 힘들게 만든다.
지난주 제주도에 있을 때는 밤 8시면 인적이 끊기고 사방이 적막강산이더니, 집으로 돌아오고 난 이후 도시의 소음은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더욱 힘 빠지게 만든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오토바이의 굉음 소리와 자동차 경적 소리, 개가 짖는 소리까지 위로 올라온다. 혹시 저 오토바이는 혹시 우리 아들이 주문해서 먹는 배달족의 소리인가? 아파트 단지 앞을 광속으로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는 거의 흉기에 가깝다.
도시의 여름은 너무나 덥고 힘들다. 빌딩 사이의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뜨거운 기운이 밤늦게까지 남아있다. 게다가 소음공해까지 우리를 괴롭혀서야 어찌 편히 숙면을 취할 수 있겠는가? 여름밤의 삶은 고달프고 '삶의 질'은 떨어져만 간다.
제발 이웃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경제규모가 일본을 위협하는 나라에 걸맞은 민도(民度)와 품격을 갖춰야 한다.
어서 본격적인 가을이 와서 서늘해지고, 한기에 창문을 닫고 자는 날이 오기만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