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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Aug 09. 2024

안세영과 TPO

발언의 무게

우리가 옷을 입을 때는 TPO(Time, Place, Occasion)를 고려해야 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즉,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어야 된다는 뜻이다.


TPO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글도 많이 있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은 예상을 뛰어넘는 메달 확보로 우리나라 국민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김유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중계화면을 지켜보았다.

세계랭킹 24위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의외성이 너무나 짜릿했고, 그것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일 것이다.


각설하고 처음 목표가 금메달 5개라는 예측을 비웃듯 벌써 1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우리나라는 여자선수들의 분전이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 출전한 안세영 선수는 22살의 아직 젊은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니 국민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마자 폭탄 발언을 하여 언론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안세영은 배드민턴협회와 대한체육회를 겨냥한듯한 이야기를 하였고, 급기야 이 발언은 정부(문체부)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며, 탑 이슈가 되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얼마나 맺힌 것이 많았으면 금메달을 따자마자 그런 폭탄 발언을 했을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그녀의 노력과 능력에 비춰보면 이번 금메달은 매우 당연해 보이지만 그 과정은 상상외로 험난했으리라.


하지만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해 오고 인생을 길게 살아본 입장에서 보면, 안세영 선수는 발언을 했을 때 TPO를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하필 올림픽 금메달을 따자마자 작심 발언을 했어야 는가, 외신 기자들로 가득 찬 회견장에서 꼭 그런 말을 했어야 하는가, 과연 당시 상황은 적합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일단은 본인의 금메달 획득에 대해서 자축하고, 또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상황에서 도와준 많은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주고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 먼저였으면 어땠을까.


알다시피 이번 올림픽에서 인기 구기종목의 출전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탁구와 배드민턴의 선전에 갈증을 풀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금메달은 너무나 값진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런 종목은 아무리 선수 혼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료들과 코칭스텝, 그리고 소속팀과 트레이너 등의 지원 없이 결코 혼자만의 노력으로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체육인 출신인 부모님의 가르침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으리라 본다.


그러기에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은 단순히 본인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먼저 표하는 것이 순서상 맞을 것이고 그것이 도리이 않았을까?


그러고 나서 남은 올림픽 기간에는 그녀가 말한 '낭만'을 구가했으면 어땠을까?


귀국하고 여러 생각들을 정리한 다음 주변과 상의도 해보고서 지금까지 느껴온 바를 정리해서 기자회견을 자청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이미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그녀의 발언은 언제라도 얼마든지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이 별로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귀국한 이후에는 말을 아끼며 나중에 다시 발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주변 어른들이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 본인이 생각한 이상으로 파장이 커져버렸음에 당혹해할 수도 있다.


그녀의 입장을 100%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노력과 성과를 축하하며, 대단한 업적을 이룬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 발언에 TPO를 고려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그녀의 발언은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과 무게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말이라고 하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뱉어버리고 나면 당장은 속이 후련할지 모르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후회가 남기도 하는 법이다.


어쨌든 안세영 선수의 꺾이지 않는 투혼과, 고통을 참아낸 인내심으로 자랑스러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


모쪼록 협회나 체육회는 대의를 위해 비장한 각오로 발언한 그녀의 진의를 잘 헤아려서 양궁협회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춰 줄 일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태의 대응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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