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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사랑이 거봉 Jul 09. 2024

'푸른 산호초'와 '이상민'을 보며

다국적 다문화의 동질성

최근에 두 가지 현상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글을 써봤다.


하나는 ‘푸른 산호초’이다.


걸그룹 뉴진스(Newjeans)의 ‘하니’가 지난 6월 27일 일본 팬미팅에서 선보인 노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는 1980년대 버블 경제 시대를 대표하는 일본의 아이돌 여가수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가 불렀던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 아오이 산고쇼)'이다.


아직도 인터넷과 You Tube에는 당일 무대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는데, 40여 년 전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는 일본 중년팬들의 열광이 귀에 전해지는 듯하다.


노래 '푸른 산호초'는 1980년대 일본을 강타한 대형 히트곡이었다.

당시 18세였던 마츠다 세이코는 단발머리를 한 채 소녀의 신선한 청량감을 담아 노래를 불러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푸른 산호초' 한 곡으로 그녀는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고,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플레어 롱스커트를 매치한 스타일까지 유행시켰다. 또한 단발머리 헤어 스타일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푸른 산호초'는 하나의 노래라기보다는 당시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향수 그 자체라고 한다.

1980년대라고 하면,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침체가 오기 전의 황금 시기를 의미한다.

당시의 분위기와 이미지, 그 감성을 곡으로 옮긴 것이 바로 '푸른 산호초' 라고 한다.


베트남 계 호주 국적의 20살인 하니의 무대는 일본 중장년 세대의 향수를 제대로 저격했다고 한다.

신문보도를 보면, 유튜브 조회수 500만 뷰를 돌파한 당일 공연 무대의 영상에 달린 댓글이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니가 단 3분으로 40년 전 일본을 끌어왔다"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하니는 마츠다 세이코를 그대로 무대에 재현한 듯한 단발머리 가발에,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시원한 마린룩까지 입고 나왔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일본의 유명 현대미술가가 '푸른 산호초' 무대를 보고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이 목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푸른 산호초'는 예전 트위터 X에서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에도 올랐다고 한다. X에서 '산호초' 키워드 언급량은 뉴진스 팬미팅 둘째 날인 지난달 27일에 폭증했었다고 한다. 6월 말까지도 높은 선을 유지하다 7월 들어서야 감소했다고 전해진다.

하나의 신드롬인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중년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시절을 모르는 젊은 층 역시 특유의 시대적 감성에 빠졌다는 점이다.


30대 초반의 일본을 잘 모르는 우리 아들도 이 노래를 흥얼거려 깜짝 놀랐다.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감상자의 연령 비율을 보면 20~30대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멜론의 청취자들은 "팜호초(하니의 이름 ‘팜’+푸른 산호초) 덕에 알게 된 보석 같은 곡", "내가 일본 노래까지 좋아할 줄 몰랐다", "일본인도 아니고 1980년대에 살지도 않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왜 이렇게 내가 그 시대의 일본인이 된 것 같은지", "이런 느낌의 J팝 더 없나요", "일본 노래를 찾아보긴 처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도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의 오리콘 뉴스는 "하니가 부른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무대는 X에서 일본뿐 아니라 한국 트렌드에도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서 "현재의 K팝 대세 아이돌이 부른 1980년대 일본 아이돌 노래인 '푸른 산호초'는 중장년 팬덤 유입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신선함'으로 대표되는 팀의 색깔을 더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요즘 언론에 자주 언급되며 해당 무대를 직접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소속사 대표 M은, 공연하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존중을 기반으로 한 무대였다고 밝혔다.


도쿄돔에서 부른 '푸른 산호초'의 무대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큰 울림을 일으킨 것 같다. 앞다퉈 보도된 "일본 열도가 뉴진스에 열광한다"는 뉴스에 고무돼 관심을 부르고, 파생 뉴스가 늘어났다.


마츠다 세이코를 소개하고 무대를 커버한 하니의 모습과 맵시를 비교하며 맞춰 보는 유튜브 영상도 쏟아졌다.


이것은 기획을 잘한 게 맞는 것 같다.

한일 양국 여론이 상호작용하며 마케팅 상승효과를 일으켰다고 본다. 한국에서 더 반응이 좋고 글로벌하게 바이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활동을 이런 식으로 기획한 전례는 없었다. 새로운 노선을 제시한 것인데, 장기적으로 효과가 어떨지는 지켜봐야 한다. 외국 현지 시장과 한국 내수 시장을 연동하는 전략이고, 대중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중점을 둔 전략이다.


다른 K팝 그룹도 일본에서 현지 맞춤형 활동을 하고는 있는데, 일본어 가사가 적은 노래로 얼마나 일본 팬들 마음을 깊이 파고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나라에 동화되려면 역시 그 나라의 언어를 써서 어필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일본 팬들을 적극 공략하면서도, K팝 그 자체로서의 매력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음악계의 통념을 크게 바꾼 것은 물론, 양국 문화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뉴진스의 성공적 데뷔를 바탕으로 일본에서의 '4차 한류' 열풍도 거세질 전망이다.


[황선업 / 대중음악평론가: 일본 음악에 대해 거부감도 없어지고, 한국 그룹이 J팝을 커버하고 그것이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자연스레 소비되고. 그것을 폭발적인 현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게 이번 푸른 산호초 같은 사례가 아닌가 생각이 들고...]


뉴진스의 하니는,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고 쭉 자랐다. 부모는 모두 베트남인이며 아버지는 하노이 출신이고 어머니는 호찌민 출신이다. 어릴 때 부모의 고향인 베트남을 여행한 경험이 있고, 여동생과 함께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입고 찍은 사진도 있다. 부모와는 대부분 영어로 대화하면서 자랐다는데, 현재도 조부를 포함한 가족들은 호주에서 정착하여 살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 태권도와 발레를 배운 경험이 있는데 태권도를 배운 이유는 할아버지가 태권도 학원에서 일하기 때문이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여행 와서 경복궁을 방문했고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도 있단다.


2019년 7월에 오디션에 합격하여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몇 개월 동안 멜버른에서 베트남 계 친구들과 함께 K팝 커버 댄스팀 'Aemina'로 활동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외국 커버 댄스팀이지만 한류의 영향인지 팀 로고에는 영어가 아닌 한글로 '에미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으며, 태극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만들어진 로고였다고 한다.


그녀 자체기 이미 베트남과 호주, 그리고 한국을 경험한 글로벌 인인데 이제는 일본도 섭렵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다 문화 콘텐츠의 힘이다.


여기서 느끼는 것은, 일본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K팝이 배출한 베트남 계 호주인 걸그룹 멤버 하니가 일본 대중가요를 부르면서 일본 중년들의 심금을 울리고, 이 노래와 영상이 한국인들에게도 어필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싶다.


이러한 현실 속의 장면이, 다국적 다문화를 넘어선 정서의 공감대이자 교류이고, 적어도 문화적으로 우리는 하나로 묶인 공동체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지난 7월 7일에 방송된 SBS 예능 프로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서 사유리의 아들 ‘젠’을 육아하는 이상민의 모습이었다.


사유리는 2020년 일본에서 서양인의 정자를 기증받아 결혼도 하지 않고 홀로 엄마가 되어 아들 젠을 낳았다. 다소 4차원적인 엉뚱한 성격의 사유리와 유쾌한 녀의 가족들은 우리 한국인들에게 큰 저항 없이 잘 받아들여진다.


사유리는 10년 전 가상 결혼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던, 과거에 남편 역을 맡았던 이상민에게 아들인 젠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사유리가 병원을 가야 하는 탓에 이상민이 하루 동안 젠을 돌봐주기로 한 것이었다.

사유리는 “젠이 아빠가 없어, 아빠 없이 살았던 상민 오빠의 어떤 부분이 아빠의 빈자리를 느꼈냐”며 직접적으로 캐물었다.


사유리는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데리러 오는 친구를 보며 젠이 ‘왜 아빠 없냐’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아이는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빠 없는 게 그렇게 심적으로 힘들지 않다"라고 위로했다.


이후 사유리가 병원으로 떠나고 이상민은 고군분투하며 젠을 돌봤다. 젠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위해 풀장을 준비하던 중 이상민은 펌프를 찾지 못해 입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며 힘겨워했다.  모습은 진짜 아들을 위해 애쓰는 아빠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이상민은 우여곡절 끝에 젠을 위해 집안에 수영장을 만들었고, 젠은 "아저씨 좋아"라며 애교를 부렸다. 이상민은 실제 아빠처럼 젠을 챙겼다. 젠은 풀장에서 소변을 보았고, 이를 모른 채 물놀이를 이어가는 이상민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젠이 실컷 물놀이하며 놀다가 끝난 후 "춥다"라고 말하며 이상민에게 다가왔고, 이상민은 젠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젠은 "진짜 따뜻하다"며 이상민을 "아빠"라고 불렀고, 이상민은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젠을 안아주었다.

젠이 이상민을 '아빠'라고 불러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엄마들은

"저렇게 품에 안기니 아빠 품처럼 좋은 것"이라며 "마음이 짠하다"라고 반응했다.


이상민은 말없이 젠을 더 꼭 안아줘 감동을 안겼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이상민 역시 울컥하기도 해 지켜보는 엄마들이나 시청자들까지 뭉클하게 했다.


바로 이 장면이었다.

이상민이 젠에게 "아빠"라는 소리를 처음 듣고 뭉클해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실 육아에 있어서 별 볼 일 없고 있으나마나 한 아빠가 많다고, 사유리 혼자도 충분히 부모 노릇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응원했었는데, 아기한테는 그래도 아빠가 필요해 보였다.


아기 얼굴이 밝아 보이긴 했는데 또 어떤 때는 아닌 것도 같은 젠의 표정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상민도 아빠 없이 자랐다고 하니 더 마음에 와닿았다. 나 역시 그 장면을 보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사유리와 일본에 있는 부모를 보면 젠은 분명 잘 크겠지만, 그렇다고 아빠의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으리라.


여기서 또 한 번 느끼는 것은, 일본인 사유리가 비혼인 상황에서 서양인의 정자로 아들 젠을 낳았고, 한국에 살면서 양육하고 있으면서 한국인인 이상민과 교감을 형성하는 현실 속의 장면이, 다국적 다문화를 넘어선 인류 공동체임을 또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요즘 두 가지 일들이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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