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제주 성읍의 ‘별다락민박’을 연세(年稅)로 계약한 친구들 7명과, 민박집을 소개해준 제주 정착 이주민 친구, 그리고 고3 같은 반 친구 둘까지 합세하여 10명이 모여 미니 반창회를 열기로 했다. 다들 바쁜 친구들이라 미리 8월 중에 모임 날짜를 정하였다. 10월이면 가을이 무르익고 억새풀을 구경하리라 기대하면서 날을 잡았는데, 아직도 무더운 여름의 여기(餘氣)가 가시지 않은 날씨였다.
제주에서 연세살이(1년간 집세를 미리 내고 사는 것)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복잡함을 떠나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추구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 편안하고 느린 생활 속도 덕분에 연세살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연세살이를 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주거지를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인데,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클 수 있다. 서귀포나 제주시 외곽 지역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또한 교통이 불편할 수 있으니 차량 동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제주에 정착한 친구가 소개해준 ‘별다락민박’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연세살이는 프리랜서, 재택근무자, 은퇴자에게 더 적합한 환경이다. 의료 등 인프라는 대도시보다 부족할 수 있지만, 제주시나 서귀포시 같은 도시로 가면 어느 정도 접근성은 확보된다.
제주도의 장점은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해변과 오름, 숲, 그리고 각종 농산물과 해산물의 풍요로움도 연세살이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어쨌든 우리 민박집 주주(住主)들이 중심이 되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모이기로 하였다.
첫날
금요일 오후 김포를 출발,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청주공항에서 동시에 출발한 친구를 만나 둘이서 구좌읍 동복포구로 이동하였다. 이 포구에는 제주에 정착한 친구가 살고 있고, 전날 도착한 민박집 계약자 방장 친구와 이틀간 골프를 치며 어울리고 있었다. 포구 명이 같이 이동한 친구의 이름과 같아서 그 친구가 이 동네 이장이 아니냐며 놀려댔다.
방장 친구는 아침에 잡은 신선한 부시리(전갱이 과) 한 마리(5kg)를 해체하여 회를 뜨고 있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능숙한 솜씨로 가지런히 썰어놓은 횟감이 구미를 자극하였다. 의외로 인근 식당에서 구입한 좁쌀막걸리와 조화를 이루었다. 한 잔 걸친 우리 넷은 막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할 무렵 포구로 나가봤다. 어선 몇 척이 보이고, 낚시하는 사람과 등대가 보이는 아늑한 포구였다.
저녁놀을 바라보다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바다낚시는 서해안에 이어 두 번째였는데, 전갱이 4마리를 낚아 올렸다. 찌가 움직이는 찰나에 낚싯대를 잡아채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물고기들에게는 그 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이었으리라.
미리 와있던 방장은 어저께 10마리나 낚았다고 했는데, 하루 선배라 그런지 능숙하게 폼을 잡았다. 그런데 하필 독이 있는 독가시치(따치)를 잡았다 놓아주는 과정에서 등 가시에 손가락을 찔리고야 말았다. 아뿔싸! 방장은 손가락에 통증과 열감을 느끼고 안정을 취하러 차로 쉬러 갔다. 신경 독이 벌침처럼 자극했나 보다. 생명에 지장은 없으리니...
어둠이 밀려들자 고등어를 낚아보려 애를 썼지만 아마추어에게 걸려드는 미련한 고등어는 없었다. 포구에 4년째 정착한 친구는 노련한 동작으로 능숙하게 초보자들을 이끌어주었다.
늦게 도착한 친구들까지 모여들자 허기가 진 우리는 인근 ‘동복뚝배기’ 집에서 해물뚝배기로 허기를 채웠다. 다음날 일찍 골프장에 나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민박집에 이동하여 방 배정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가 계약한 203호에 202까지 방을 내준 주인장이 너무나 고마웠다.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연재 글을 완성하고, 또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는 글을 쓰느라 새벽 2시에야 잠이 들었다.
둘째 날
친구들 셋은 이른 아침부터 ‘샤인빌 CC’로 굿샷! 을 하러 떠났다.
비 골프팀은 표선으로 향하였다.
이른 아침에 도착한 ‘표선해수욕장’은 물결이 훑고 간 백사장을 밟고 지나간 발자국이 수채화를 만들어 놓았다.
표선리에 있는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200m에 달하고 너비가 800m에 이른다고 한다. 평균 수심은 1m에 불과해서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바닷물을 즐기기에 딱 좋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닷물, 너른 백사장 길을 걸어가며 인어와 해녀동상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었다.
아주 작은 구멍에 살고 있는 1cm도 안 되는 게가 얼마나 빠른지 앙증맞았다. 표선해수욕장은 정말 언제 봐도 아름답고 그윽하다. 얕은 수심의 바닷물은 명경지수다. 드넓은 백사장은 가족과 연인, 친구들에게 더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성산일출봉’으로 향하였다. 푸른 바다 사이에 우뚝 솟은 성채와 같은 모양의 일출봉은, 봉우리 정상에 있는 거대한 사발 모양의 분화구와 그 위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장관 때문에 유명하다.
나는 지난 8월에도 와봤기에 친구들이 정상에 오르는 것을 응원만 하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어떤 서양 여자가 목발을 짚고 혼신을 다해 정상까지 오르더라는 소식에 감탄하고야 말았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인간승리가 아니던가? 정상에 오르기보다 커피숍에서 주스를마시며 노닥거리던 나의 나태함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점심은 인근 손칼국수집에서 문어해물칼국수와 물막국수로 요기를 했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식당인데 물컵에서 냄새가 났다. 주인에게 지적해 주었더니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이었다.
오후에는 ‘세화해수욕장’으로 향하였다. 1980년에 개장했다는 조그만 해수욕장인데 코발트 빛깔의 맑은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인파로 붐비지 않아 아직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어떻게 앵글을 잡더라도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
잠시 ‘물멍(멍하니 바다 보기)’을 즐기는젊은이들, 현무암 사이 웅덩이에서 물놀이하는 일가족, 어깨동무하며 다정하게 걷는 모녀의 아름다운 모습...
맑은 에메랄드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도 잠시 물멍의 시간을 가졌다.
물멍에서 깨어나자마자 ‘백약이오름’으로 향했다. 예로부터 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여 백약이(百藥岳)오름이라 불리고 있다. 원뿔 모양의 산인데 30분이면 오른다. 지난 4월에 아내와 왔을 때는 이른 아침 쌀쌀하고 청명한 공기를 맛보았던 곳이다. 멀리 보이는 풍차와 한라산을 둘러보며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을 쬐는 기쁨을 누렸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와 ‘송당파크’로가서 물건을 사고 '블루보틀'에 들렀다. 아이스크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야외로 나와 자연 속에서 맛보는 즐거움이라니...
인근의 코스모스 밭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민박집으로 귀가하였다.
민박집 한 켠에서는 친구들과 주인집 부부, 205호에 사는 형님부부가 어우러져 파티 준비가 무르익고 있었다. 주인집 부부가 숯불로 구운 삼겹살로 배를 채우고 205호 형수님이 만든 매운탕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서울, 경기, 전북, 충남, 경남 등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10명의 친구들이 그간의 회포를 풀어가며 연거푸 건배를 제안하였다. 대통령 유세장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도 빚어졌다. 사람 이름을 5번씩 불러주면서 후렴구는 “아! 아! 아! 파이팅!”.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만들어졌고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것은 우정과 반가움이 어우러진 두터운 인연의 교류회였다.
거나하게 불콰해진 무리들은 민박집 1층의 ‘끌리네오’ 레스토랑으로 옮겨 2차를 즐겼다.
주인장 부부도 초대하여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그들의 연애 스토리도 들었다. 부인의 눈이 촉촉해지는 순간도 있었고,격의 없이 형 동생 하며 부르자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벌써 반년 사이에 정이 쌓인 것일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제는 국격을 지키는 품위 있는 국민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덩달아 우쭐해지는 기쁨도 나누었다.
그런데 노벨상을 폄훼하는 이상한 이방인 둘이 안줏감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듣도 보도 못한 김규나와 오랜만에 정유라란 이름을 되새기게 되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비뚤어진 역사의식이 생겼을까,참으로 천박한 사람들이다. 무슨 근거로'한강' 작가의 문학적 깊이를 들여다보려 하는 걸까?
이웃나라 일본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3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기대하며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던데, 통쾌하게도 ‘한강’ 작가에게 노벨상이 돌아갔다. 앞으로 하루키 책 보다 ‘한강’ 작가의 책을 더 읽어야겠다.
이날 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댄 흥겨운 단합대회였다. 방금 찍은 단체사진을 고등학교 단톡방에 올렸더니 10명이나 제주도에 모여서 반창회를 하느냐는 질시 어린 코멘트에 은근히 어깨춤이 올라갔다. ‘그래 우리가 누구던가? 5반 아닌가?’. 5반 단톡방에 43 명, 동기들 단톡방에 320 명이나 모여있는 우정의 결정체는, 10명의단합대회로 승화되고 있었다. 그날 밤 대화 하나하나는 베이비부머의 삶과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우정을 나누고추억을 회상하다건강관리, 노후대책, 국민연금, 일자리, 자녀 결혼, 어르신 임종, 동기의 타계 소식까지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그 모든 것은 이 시대 60대 남자들의 화두였다.
셋째 날
아침은 205호 형님이 소개해준 ‘송당해장국’에 가서 선짓국으로 속을 달랬다. 속이 풀리자 여세를 몰아 ‘따라비오름’으로 향하였다. 제주에서 억새 명소로 유명한 따라비오름은 고도 342m로 오르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어우러진 형태로, 서로 부드러운 등성이로 연결되면서 원형분화구 안에 3개의 소형 화구를 갖는 특이한 화산체이다. 오름의 북쪽 사면으로는 말굽 형으로 침식된 흔적이 남아 있다. 368개의 오름 중에서 가장 아름다워 '오름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억새의 은물결은 정상에서 둘레길로 접어들면서 보면 햇빛에 따라 은색이 더 도드라져서 아름다운 장관을 이룬다. 그 옛날 긴 머리 소녀가 목 뒤로 넘기던 머리칼이 어느새 은빛 물결을 만들며 은어처럼 펄떡거렸다. 그 소녀도 이제는 중년이 되었을까? 수없이 사진을 찍어가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정겨운 인사를 나누다 보니 한낮의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작열하고 있었다.
‘광어다’ 표선 본점에서 탕수어와 광어회국수, 광어미역국, 광어초밥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맛, 가격, 양이 모두 최고였고, 덕분에 광어의 모든 것을 마스터하였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 ‘표선 하다’로 이동하였다. 커피를 마시며 푸른 하늘과 바다를 구경하고, 시원한 패러글라이딩도 눈에 담았다. 해변가에 놓여있는 간이침대에 드러누워 먼발치로 파란 하늘과 바닷가를 즐기는데 슬며시 졸음이 밀려왔다. 여기서 이런 자세로 1시간만 자면 좋겠구나 생각할 무렵 모자가 바람에 둥둥 날아갔다.
일부 친구들이 먼저 제주공항으로 떠났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애월에 있는 ‘한담산책로’ 카페마을로 향하였다. 요즘 뜨고 있는 핫 플레이스여서 그런지,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애월읍에 자리한 한담마을 해안선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도로변 아래 멋진 해안 산책로가 있다는 것은 제주의 숨은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한담공원에서 해안 쪽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산책로와 연결된다. 마을에서 해변까지 1.2km 정도로 걷기 좋은 길이 닦여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유연한 곡선을 띠고 있고, 보통 걸음으로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안쪽으로 굽은 곳에는 둥글게 깎인 현무암과 새하얀 모래가 비밀이 감춰진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먼 옛날 자연이 조각한 오묘한 용암석도 큰 볼거리이다.
하늘과 구름, 바다, 용암이 그려내는 풍경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다.
그 풍경 속에 뛰어들어 카약을 타며 마음껏 바다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바로 신선놀음이 아닐까 싶다. 산책하는 도중에 언제든지 마음이 동할 수 있으니 아예 바다로 뛰어들 복장으로 가는 게 낫겠다.
친구들과 현무암 용암 바위에 걸터앉아 풍차를 배경으로 좁쌀막걸리를 들이켰다. 젊은이들은 이해 못 할 중년의 모습이었으리라.
저녁에는 은행에 다니던 친구가 8년 전 제주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시절의 직원들을 만나 회포 푸는 자리에 끼워주어서 같이 식사하게 되었다. 그 시절 동고동락했던기숙사 동료들과 만난 것이다. 은퇴한 주방장이 경영하는 제주시내 달마루길에 있는 ‘송이축산정육식당’이었다. 고기 맛도 좋고 가성비도 높았는데, 예전의 선배가 일갈하는 말씀이 정곡을 찔렀다. “정년퇴임하고 사업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야. 그냥 연금으로 조용히 즐기며 살아!”라는 말씀이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생 선배의 말씀은 귀담아 들어야 된다.
밤 비행기로 떠나는 친구를 공항으로 보내고모든 일정을 마쳤다. 방장 친구와 마무리 잔을 권하며 반성회를 가졌다. 너무나 친절한 주인장 부부에게 감사하며 내년에도 이 민박집을 이용하기로 약속하였다.
마지막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공항으로 나섰다.담장 위고양이에게 다음을 기약하며 안녕을 고하였다.
올 들어 4번째 방문한 제주도는 자연경관, 문화, 음식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게 하였다.
제주의 매력과 특징은셀 수 없이 많다.
제주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우도, 용머리해안 등 독특한 지형과, 함덕과 표선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해변을 포함해 다양한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368개에 달하는 오름을 따라 걸으면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용암과 화산 활동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승마, 스쿠버다이빙, 카약,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곳곳에 테마파크와 박물관, 미술관도 많아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적합하다. 독특한 해녀 문화와 방언을 보존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를 지닌돌담길과 초가집에서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다. 신선한 해산물과 제주흑돼지, 보말칼국수나 고기국수, 말고기 등 제주만의 특색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제주에서 생산되는 감귤은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섬이다. 한라산은 그 중심에 위치한 휴화산이고, 상징적인 랜드마크이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제주의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양한 고도에서 서로 다른 식생을 볼 수 있으며, 등산객에게 인기가 많다.
제주는 육지와 분리된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열거해도 끝이 없는 양파 같은 매력을 지닌 제주에 민박집을 정하고 1년을 계약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60대에도 변치 않는 우정을 간직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직도 서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어서일까?
기나긴 세월 동안 우정을 유지하려면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만 같다.
그러려면 바쁜 삶 속에서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처럼 1년에 한 번씩 여행을 가거나 기념일을 함께 보내며 추억을 쌓는 것도 관계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 취미나 활동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골프, 운동, 여행 등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함께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자녀 결혼, 본인 은퇴, 어르신 별세 등 중요한 인생의 사건을 함께 축하하거나 애도하고 또 서로를 응원하는 것이 우정을 깊게 할 것이다. 이러한 순간들을 함께 나누면서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의 좋은 추억을 기억하고 함께 웃는 시간이 필요한 나이이다. 추억을 자주 떠올리고, 함께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면 감정적 유대가 더 강해진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의 생활환경이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변화와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우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또한 우정도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서로의 변화와 발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유연하게 관계를 유지해야 오랫동안 좋은 친구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60대 이후에도 친구로 남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상호 존중이 필요하며, 함께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느꼈다.
각설하고 4년째 제주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친구의 코멘트로 우정의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의 말인즉슨, 제주 일년살이를 하면서 각자가 하고프거나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1. 한라산 정상 찍기.
2. 스노클링, 해녀체험(오리발과 장비를 끼고 호흡연습이 필요함).
3. 백사장에서 텐트 치기. 별과 달 보기. 밤 지새우기.
4. 낚시의 성지라 불리는 추자도에서 바다낚시하기. 배 타고 갈치낚시 해보기.
5. 풍광 좋은 곳에서 라운딩 하기. 이글, 홀인원, 싱글 쳐보기(그날 저녁식사는 거하게 먹으리라).
6. 장생이 숲길(11km), 사려니숲길(10km), 올레길 한 코스씩 완주하기.
내게 있어서 2번과 5번은 좀 무리이다 싶지만 친구는 훌륭히 해내리라 믿는다.
그는 아래와 같은 의견도 내놓으면서 벌써부터 친구들을 제주도로 호객하고 있었다. 아마도 훌륭한 영업상무 출신이었을 것이다.
“겨울 제주여행 중 하나의 별미는, 방어와 부시리 먹방이지 않을까 싶네. 모슬포 앞바다가 방어잡이로 유명하다네. 파도가 거칠어서 방어 육질이 좋기 때문이지. 혹시 방어와 부시리를 질리도록 먹고 싶다면, 내가 포구 선장에게 부탁하면 되네. 가성비도 좋고, 생선 피도 빼주고 기본적인 손질은 다 해준다네. 회는 보통 생선 무게의 60% 정도로 나온다고 하더군. 머리, 뼈, 내장은 버릴 것이 없다네. 부시리는 1kg에 1만 5천 원 정도이고, 방어는 더 비싸다네. 왜냐하면 육지에서 선호라는 어종이라 그리 비싸게 받는다더군. 그래서 제주사람들은 그냥 부시리를 먹는다고 해. 1m가 넘는 대방어가 아닌 작은 것들은 싸게 받기도 한다네. 이번에 친구들에게 내놓은 것은 5kg 정도의 부시리였고 5만 원이었네. 그래도 식당가격으로 생각하면 30% 정도의 수준일까? 대단히 싸게 먹은 거야. 단점은, 그날 바다 사정에 따라 출어를 못하거나 못 잡을 때도 있음이야. 식당을 고려한다면 모슬포 등대 근처에 있는 ‘마라수산’을 가보고, 그 근처에 가파도나 마라도에 가는 운진 항이 있으니 그쪽을 여행해 봐도 좋아.”
"그래 친구야, 네 덕에 4월부터 민박집에 다니기 시작해서 6월과 8월의 여름을 지내고, 이번에는 10월에 만났구나. 나는 곧 또 가볼 예정이니 그때 이야기 하자꾸나. 낸들 또 알아? 겨울바다가 보고 싶으면 날아올지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