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에서 회사 동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연장자로 참석한 자리에는 대부분 40~50대의 가장들이 모였는데, 서로의 삶 속에서 실천하는 나눔과 공존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재활용과 리사이클, 탄소배출량 줄이기, 아름다운 이웃과의 기부문화까지 모두가 진지하게 동의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감동을 주었다.
우리는 한 목소리로 절약과 나눔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일상 속에서 이를 실천하는 기쁨을 나눴다. 나 역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뿌듯함을 느꼈다. 우리 가족은 오래전부터 절약과 나눔의 미덕을 생활 속에서 실천해 왔다. 우리는 매년 '아름다운가게'에 헌 옷과 가방 등을 기부해 왔다. 구입가격은 수백만 원에 이르지만 기부금은 1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 헌 옷과 안 입는 옷, 가방이 재활용된다는 뿌듯함이 훨씬 컸다.
아들과 나, 딸과 아내는 옷을 함께 나눠 입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어느새 우리 부부보다 5cm 이상 크지만 상의는 비슷하게 맞는다. 바지는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짧은 스타일 덕에 허리만 조절하면 얼마든지 공유가 가능했다. 우리 가족은 이런 옷 나눔 덕분에 옷장에 여유가 생기고, 자연스레 소비도 줄게 되었다. 자녀들은 행사 때 엄마아빠의 멋스러운 옷을 빌려 입기도 하고, 우리 부부는 젊은 감각의 옷을 입으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젊어 보인다”는 칭찬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세대 간의 옷 공유는 단순한 절약을 넘어 즐거움과 유대감을 더해주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그러나 나눔과 절약의 미덕이 모두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어제 한 장면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평소 즐겨 찾는 커피숍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 옆자리에는 젊은 아이 엄마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카운터에 비치된 노란 티슈를 한 움큼 집어 들었다. 적어도 30장은 넘어 보이는 티슈를 들고 오더니, 식탁 위에 5장 정도만 놓고 나머지는 자신의 가방에 쑥 밀어 넣었다. 그 모습에 나는 아연실색했다. 과연 그녀는 그 많은 티슈를 어디에 쓰려고 한 것일까? 공유물을 제멋대로 가져가는 의식, 낭비와 무절제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한 것일까?
돌아오는 길, 우리 가족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혹시 우리 자녀들도 낭비벽이 생긴 것은 아닌지, 물질의 풍요 속에서 새것을 찾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우리 부부는 늘 자녀들에게 절약과 나눔을 강조해 왔지만, 오늘의 광경은 우리가 이를 꾸준히 감시하고 실천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나눔과 절약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의 공존을 위한 실천이자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가치다.
이번 장면은 이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생활 속 실천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기를 소망하며, 나 역시 나눔과 절약의 미덕을 지속해 나가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