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마주 보고 미소를 나누며 짧은 대화를 이어가는 순간만으로, 우리는 상대를 이해했다고 쉽게 믿는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그 사람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깊은 바다의 표면만 본 채 그 아래 감춰진 세상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사람을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웃고 울며 같은 계절을 여러 번 겪어보아야 한다. 시간은 그 사람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겉으로는 온화해 보였던 사람이 사실은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을 수도 있고, 처음엔 거칠고 까칠해 보였던 사람이 따뜻한 배려를 가득 품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면모들은 짧은 만남만으로 절대 알 수가 없다.
시간은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그 거울을 통해 상대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게 된다. 말은 달콤할 수 있지만, 행동이 꾸준히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다면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반대로 말이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그가 보이는 행동이 진심을 담고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믿게 된다.
진정한 관계는 상대의 좋은 점뿐 아니라, 부족한 점까지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처음엔 장점에 매료되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대의 단점이 눈에 띌 때에도 그것이 별것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아마 그때야말로 진짜 좋아하게 된 것일 것이다. 진정한 애정과 신뢰는 상대의 전부를 있는 그대로 보듬을 때 완성된다.
우리는 흔히 겉모습에 속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곤 한다. 한 번의 실수로 그 사람을 평가하고,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그를 규정지어 버린다. 하지만 사람은 다면체와 같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면이 드러난다. 그 다양한 면모를 알아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얻은 신뢰야말로 진정한 관계를 만든다.
어쩌면 사람을 알아가는 여정은 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조급하게 겉만 바라보며 판단하기보다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그 깊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에게 진짜를 보여주는 것은 시간이고, 진심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순간들이다. 그러니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오래 서로를 바라보자. 그 긴 여정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