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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나는 미아

by 글사랑이 조동표

세상은 요지경이다. 누군가는 이 표현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진부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만큼 적당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요지경이란,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의 모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치 작은 거울방 속에서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왜곡된 채 보이는 것처럼, 세상은 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나는 그 요지경 속에서 길을 잃었다. 한때는 분명 나름의 방향을 가지고 살았다고 믿었다. 공부, 직장, 사랑, 인간관계, 사업. 어느 하나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하던 길이 모르는 골목으로 이어지고, 익숙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낯설게 변했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선 나를 바라보았다. 그 속의 나는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미아'라 칭하기 시작했다.


미아가 된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나를 안내해 줄 지도가 없다는 사실이 공허하다. 하지만 미아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길을 잃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길을 잃은 후에는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다. 가끔은 낯선 이의 작은 친절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삶은 여전히 요지경 속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빛나는 순간들은 존재한다.


나는 여전히 미아다. 어쩌면 평생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아로서 배운 건 하나다. 길을 잃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 그 과정에서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지경 같은 세상이지만,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나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미아라는 것은 정말로 길을 잃은 걸까, 아니면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시작일까?


가수 신신애가 1993년에 발표한 '세상은 요지경' 노래 가사를 다시금 음미해 본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 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 년 화살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싱글벙글 싱글벙글 도련님 세상

방실 방실 방실 방실 아가씨 세상

영감 상투 삐뚤어지고

할멈신발 도망갔네 허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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