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업가의 고백
젊은 날, 나는 누구보다 운이 좋았다.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 아래 대학 시절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당시의 강남은 새로운 트렌드만 들여오면 모든 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던 황금의 땅이었다. 미국 한인 사회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한국에서도 곧 유행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수입 유통 사업으로 승승장구했다.
그 성공은 내 손끝에서 직접 만든 브랜드로 이어졌고, 전국의 직영 매장과 백화점까지 진출하면서 내 젊은 시절의 모든 꿈은 이미 30대에 이루어졌다. 작은 빌딩, 강남의 아파트, 슈퍼카... 모든 것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나친 자신감은 내 눈을 가렸다. 나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한국이 아닌 해외를 무대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시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사업은 내 전문 분야를 넘어선 곳으로 무리하게 확장되었고, 결국 실패를 거듭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욕심과 불안정한 선택들은 사기와 배신으로 이어졌다.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나는 통장에 3,000원만 남은 빈손의 사람이 되었다. 강남의 건물도, 화려한 삶도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 내 실패는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나는 남의 돈을 빌리지 않았고, 오직 내 돈으로만 사업을 운영했기에 남에게 짐을 지우지 않았다. 제로가 되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2015년,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죽을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나를 새롭게 다잡고 작은 성공을 다시 일구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업종을 바꾼 사업을 통해 또다시 성공을 맛보기도 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시대의 큰 벽에 부딪히며 다시 무너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때, 내 곁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아내. 그녀와 함께하며 나는 내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성공과 실패를 오가는 긴 여정 속에서 나는 인생의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다. 처음엔 그 모든 것을 불행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그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스승이었다고 믿는다.
내가 잃은 것은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 내가 실패한 것들은 교훈이 되었고, 내가 성공했던 시간은 내게 도전의 용기를 주었다. 후회는 없다. 오히려 그 모든 순간을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지금은 조용히 다시 걸어가고 있다. 더 이상 화려한 성공을 좇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 소박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쌓아가는 매일의 삶. 나는 그 속에서 작은 기쁨과 감사함을 발견한다.
내가 걸어온 길이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가,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라고 믿는다.
*어느 사업가의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한 글입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