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복(福)

복은 받는 것일까, 짓는 것일까?

by 글사랑이 조동표

새해의 복은 받는 것일까, 짓는 것일까?


새해가 밝아오면 자연스레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마치 복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처럼, 누군가가 내려주는 선물처럼 들린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복을 짓는다”는 말을 쓴다. 복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쌓아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해 인사는 “복을 많이 지으세요”가 더 맞는 표현일까?


어릴 적 설날 아침, 할아버지 할머니께 큰절을 올리면 세뱃돈과 함께 “올해도 복 많이 받아라”라는 덕담을 들었다. 그 말속에는 주시는 분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어린 나는 복이란 그저 어른들이 주는 덕담처럼, 혹은 세뱃돈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복이란 단순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복을 짓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선한 일을 하고, 남을 돕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그렇게 쌓아 올린 선행과 노력들이 결국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믿음이다. 씨를 뿌려야 열매를 거둘 수 있듯이, 복도 스스로의 행실에 따라 쌓여가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공덕을 쌓는 것이 복을 짓는 것이라고 하고, 유교에서는 덕을 베풀면 후손까지도 복을 누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때때로 최선을 다해도 복이 따르지 않는 순간을 경험한다.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선한 일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묻는다. “복을 짓는다고 해서 꼭 받을 수 있는 걸까?” 아마도 복이란 단순한 계산으로 환산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복은 우리가 쌓아가는 과정 그 자체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착한 일을 했을 때 느끼는 마음의 평온함, 누군가를 도왔을 때의 뿌듯함. 그것이 이미 복이 아닐까?


그렇다면 새해 인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은 상대에게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인사다. 반면, “복을 많이 지으세요”는 스스로 선한 행위를 실천하며 복을 쌓아가길 권하는 의미다. 어쩌면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복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하고, 복을 지을 줄도 알아야 한다. 받기만 하려 하면 욕심이 되고, 짓기만 하려 하면 지치기 쉽다.


그러니 올해는 이렇게 인사해 보는 건 어떨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복도 많이 지으세요.”

받을 줄도 알고, 지을 줄도 아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