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대표가 된다는 것
엘리베이터 안 게시판에 ‘동대표 후보자 모집’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텐데, 오늘따라 눈길이 갔다. "동대표? 저걸 하면 뭘 할까?"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동대표는 아파트를 운영하는 작은 정부 같은 존재였다. 관리비 예산을 심의하고, 시설 보수를 결정하며, 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조율하는 역할. "이거 생각보다 중요한 자리인데?"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동대표가 되어보면 어떨까?
아마도 쉽지 않은 자리일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주차 문제 해결 방안은 뭔가요?”
“관리비가 너무 올랐어요.”
“경비원 처우 신경 써주세요.”
문제는 끝이 없을 것이다. 주차 공간 확보, 층간소음 갈등, 아이들 놀이터 문제,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처우, 조경 관리, 한마음 축제, 심지어 단지 내 가로등 위치까지도...
이런 걸 조율하는 게 동대표의 역할이겠지.
고민에 빠졌다. 만약 동대표가 된다면,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정말 싸울 수 있을까? 관리비 절감을 위해 업체와 협상하고, 불편 사항을 하나씩 개선할 수 있을까?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쉽지 않은 자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직접 해보자." 그런 마음이 들었다.
아파트는 작은 사회다. 그리고 사회를 움직이는 건 결국 ‘참여’다.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우리가 깨끗한 계단을 오르고, 안전한 주차장을 이용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린다.
아직 결심이 서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편이 계속 동한다. “나 같은 사람이 하면 좀 다를까?”
엘리베이터 게시판 앞에서 다시 안내문을 바라본다.
‘제5기 입주자대표회의 동별대표자 선출 공고’.
왠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은퇴를 하고 보니 이제는 이런 일에 관심이 쓰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