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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이별의 경계에서

청첩장과 부고

by 글사랑이 조동표

단체 카톡방에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알림 소리. 결혼식 청첩장과 부고 소식이 번갈아가며 도착한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는 기쁨의 메시지가, 다른 한쪽에서는 한 생이 끝났음을 알리는 마지막 인사가 함께한다. 삶과 죽음이 같은 화면 안에 공존하는 이 모습이 때로는 묘하게 느껴진다.


우리 나이쯤 되면 이런 일들이 일상이 된다. 부모님 세대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자식 세대가 결혼을 준비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그 속에 있는 우리는 점점 무거워진다. 친구 한 명이 배우자와 함께한다면, 한 가정에서 부고가 네 번, 자녀 결혼식이 두 번. 1인당 최대 여섯 번의 애경사를 마주해야 한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다섯 건의 애경사를 챙기다 보니, 문득 생각한다. "사는 게 뭘까?"


결혼식은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 좋은 음식도 나누고, 신랑 신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덩달아 미소 짓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30대인 내 자식들은 언제나 희소식을 전해줄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한 달에 몇 건씩 겹치다 보면 심리적으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부고는 또 다른 의미로 가슴을 무겁게 한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기온과 습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의 황망한 소식을 많이 접한다. 돌아가신 분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장례식장에서 가족들을 위로한다.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스치면 남아 있는 삶의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살아간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래된 인연이 끝난다. 기쁨과 슬픔, 축하와 애도가 교차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어쩌면 사는 것이란,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결국, 삶은 이어지고, 우리는 또다시 결혼식장을 찾고 장례식장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의 삶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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