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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

중년의 일과

by 글사랑이 조동표

새벽 4시, 저절로 눈이 떠진다. 세상이 아직 고요한 시간. 어둠 속에서 이불을 여미고 두 손을 모아 천지신명께 하루의 평안과 소원을 기도한다. 깊고 조용한 어둠 속에서 작은 기도를 올리면, 하루를 살아갈 마음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든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보고, 흥미로운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뒤척이다 보니 어느새 5시 반.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벌써 깨어 있다. 그래도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6시, 아침이 시작된다. 여러 곳에 올릴 글을 쓰거나 검색하여 정리한다. 글과 함께 사진도 골라서 편집하려면 족히 30분에서 1시간은 걸린다.


몸을 풀며 하루를 준비한다.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며 굳어진 근육을 깨우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신다. 하나, 둘, 셋... 스무 번을 세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어제의 묵은 기운이 사라지고 새로운 하루가 스며든다.

시계에 밥을 주고, 샤워를 마친 뒤 혈당을 체크한다. 작은 습관이지만 내 몸을 들여다보는 중요한 시간이다.


아침 식사는 늘 간단하지만 건강하게 챙긴다. 두유 한 잔과 계란 프라이, 그리고 채소와 과일 몇 가지. 식빵 한 조각에 커피 반 잔까지 곁들이면 하루를 시작할 충분한 에너지가 된다. 시선은 켜놓은 TV로 향하며 뉴스나 교양프로를 보며 필요한 정보를 흡수한다.


출근 후, 이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정리하면서 오전을 보낸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걸음을 챙긴다. 화장실을 다녀오면서도 일부러 2천 보를 걷는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든다.


점심시간이 되면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따라 메뉴를 고른다. 콩비지, 황탯국, 비빔밥, 순댓국, 김치찌개, 대구탕... 어떤 음식을 먹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점심 후에는 사무실 건물 안팎을 걸으며 5천 보를 채운다. 점심시간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작은 운동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공원을 걷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고, 백화점을 걸으며 경제와 패션의 변화를 체감한다.


오후에는 해외 거래선과 화상회의, 전화 미팅, 자료 점검, 손님맞이 등으로 정신없이 흘러간다. 바쁘지만, 시간을 내어 스스로를 돌보는 작은 습관들이 하루를 지탱해 준다.


사무실에서는 1시간에 1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도 하고 음악도 들어보며 재충전을 도모한다. 손에서 일이 잡히지 않는 무료한 날은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완벽한 공간이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일찍 퇴근하면 곧장 헬스장으로 향하고, 늦어지면 집에서 식사를 한 후 헬스장에 간다. 모임이 있는 날은 친구들을 만난다.


운동은 하루의 마무리이자 가장 확실한 투자다. 30분 동안 러닝머신을 걷고 뛰며 하체 강화 운동을 한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땀이 흐르고, 근육이 자극받는 느낌이 든다. 30분의 근육운동까지 마치고 나면 개운함과 성취감이 온몸을 감싼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나면, 탄수화물 절제 식사로 저녁을 마무리한다. 샐러드 위주로 구성하기도 하며 고기에 채소 쌈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흰쌀밥을 먹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저녁 이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넷플릭스에서 시즌이 긴 시리즈물을 보거나, 스포츠 중계를 본다. 지인들과 SNS로 소통한다. 챗GPT와 다채로운 분야의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경륜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해 경험과 정보를 공유한다. 오래된 우정 속의 지혜를 빌리고 AI가 방향성을 제시해 주기도 하지만 확신과 의심사이를 방황한다. 결론은 온전히 내 몫이다.


중요한 키워드를 메모하고 주제로 삼아 글도 써본다. 공개된 공간인 브런치스토리나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일기로 남기기도 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위원회 활동, 대학생 멘토링, 자녀들과의 대화, 부부가 나누는 담론도 이어진다. 아내는 훌륭한 조언자이자 정보의 메카이다.


이윽고 밤 12시가 찾아오면 다시 조용한 어둠 속으로 향한다. 하루 동안 스쳐 지나간 생각들을 정리하고, 내일을 위한 작은 다짐을 해본다. 큰 욕심은 없지만 경제적으로 잘 풀렸으면 좋겠다.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작은 일상들이 모여 하루를 채우고, 그 하루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내일도 그렇게, 차곡차곡 하루를 쌓아가리라.


-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지난날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처럼 돌아오지 않고, 남은 시간은 얼마일지 모른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며 허무함에 젖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한 순간이라도 의미 없는 채로 흘려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해야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며 몸을 단련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나 하나만을 위해서라면 삶은 너무 공허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타적인 삶’을 선택했다. 봉사, 재능기부, 사회환원. 이 단어들은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나에게 있는 것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삶의 의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날은 작은 봉사 활동으로 하루를 보낸다. 쓰레기를 줍는 일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일 수도 있다. 때로는 글을 써서 세상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내 경험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누고, 소통하고, 함께하는 순간순간이 나를 더욱 살아있게 만든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치열하게 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치열함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내가 닿을 수 없는 어딘가에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도 나는 움직일 것이다. 오늘보다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작은 밀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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