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Now!
어느 날, 옷장을 정리하다가 멋진 비단옷을 발견했다. 중국 부임 시절에 선물 받은 지 이십 년이 넘었지만 단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이었다. ‘아끼고 아끼다가 나중에 입어야지.’ 그렇게 미루다 보니 어느새 유행은 지나버렸고, 내 취향도 변해 있었다. 순간, 문득 한 친구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늘 노후의 행복을 꿈꾸며 철저하게 준비하던 사람이었다. 전원주택을 짓기 위해 종자를 모으고, 정원을 가꿀 나무를 찾아다녔다. 은퇴 후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을 다니며 삶을 만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았다. 그렇게 삶의 무대에서 내려오듯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그의 부인은 한동안 깊은 상실감에 빠져 집 안에서조차 길을 잃은 듯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사두었던 커다란 가방, 유럽의 어느 해변에서 입으려 했던 새하얀 옷, 손때 한 번 묻히지 않은 텃밭 도구들... 모든 것이 미완의 꿈을 품은 채 먼지만 쌓여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그녀에게 ‘이룰 수 없었던 시간’의 증거가 되었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고 했다. “오지 않은 미래를 좇다가 오늘을 실패했어. 오늘 맑은 하늘이 내일도 푸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어.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않을 거야.”
그녀의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나중에’를 입버릇처럼 말한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언젠가 더 좋은 때가 오면...’ 하지만 그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떠오른다. “말기암 선고를 받고 5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학생들은 여행을 떠나고, 미뤄둔 일들을 하고,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한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지 않는다. 오늘을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하루살이처럼,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그 학생만이 ‘A+’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교수의 질문을 이해하고 있었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던 답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비싼 그릇을 아끼다가 한 번도 쓰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이 많다. 새 옷을 고이 모셔두다가 결국 한 번도 입지 못한 채 버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언젠가’를 기다리다 끝이 나고 만다.
"Do It Now."
오늘은 단 한 번뿐이다. 내일을 기약하며 아껴두는 것들은 결국 먼지가 될지도 모른다. 어제를 되돌릴 수 없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지금, 바로 지금’뿐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미루지 말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면 지금 말하자. 쓰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지금 사용하자. 삶의 황금 같은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