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새벽이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더 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이 나를 붙잡아 놓는다. 단순한 잠 깸이 아니다. 한 번 깨면 다시 깊은 잠에 들기가 어렵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은 지난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이어지고, 복기된 기억은 끝없는 사색과 번민을 불러온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지 않으려 해도, 머릿속을 가득 채운 혼란을 잠재우려다 보면 결국 인터넷을 켜고 만다. 그러나 세상의 소식은 결코 위안을 주지 않는다. 광활한 대지를 집어삼키는 치명적인 산불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자연재해라기보다 인재(人災)에 가까운 현실이 두렵다.
트럼프의 정치적 행보가 불러온 국제 갈등과 관세폭탄, 국내 정국을 뒤흔드는 탄핵 논란, 헌법재판소의 기능과 한계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갈수록 후진성을 드러내는 정치 현실 속에서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경제는 끝을 알 수 없는 불황의 수렁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이러한 혼란의 여파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나의 삶 역시 그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료분쟁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갇혀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날이 갈수록 얽히고설킨 상황이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고민과 좌절이 일상처럼 반복되면서, 앞길은 점점 어두워진다. 숨을 고르고 다른 생각을 하려 하지만, 응원하는 야구팀마저 지난날의 영광을 잊은 채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작년 우승 팀이라는 타이틀은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나? 현실에서 도피하려던 작은 위안마저 사라지니, 가슴 한구석이 더 허전해진다.
불면의 새벽은 길고도 깊다. 문득 창밖을 바라본다. 도시는 고요히 잠들어 있지만, 내 머릿속은 결코 쉴 생각이 없다. 온갖 걱정과 상념이 소용돌이치며 나를 옭아맨다.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보면 어느새 두세 시간이 훌쩍 흘러간다. 몸은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지만, 마음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이 불면의 밤이 끝나면, 다시금 평온한 새벽을 맞이할 수 있을까. 온갖 고민과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화가 나고 한심스러운 이 현실 속에서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더더욱 잠 못 이룬다. 이 시간에도 잠들지 못한 채 새벽을 맞으며, 나는 또다시 묻고 또 묻는다. 그러니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