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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

숫자보다 깊이가 중요하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어릴 땐 친구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쉬는 시간마다 어깨를 맞대고 수다를 떨고, 점심시간이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웃고 떠드는 것이 우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숫자가 아닌 깊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진짜 친구는 몇 명이면 충분하다고들 한다. 꼭 맞는 퍼즐 조각처럼 내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사람, 기쁠 때 함께 웃고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사람,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제 본 것처럼 반가운 사람이 바로 그런 친구일 것이다.


나 역시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룬 적이 있다. 오랜만에 울린 전화벨에 반갑기보다 미안함이 앞섰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잘 지내지?" 단 두 마디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우린 다시 이어졌다. 친구란 그런 존재였다. 보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찾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모든 관계가 그런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내 앞에선 미소를 짓다가도 돌아서면 험담을 늘어놓는다. 필요할 때만 다정한 척 다가오고, 내 사정을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관계는 아무리 오래 이어져도 결코 진짜가 될 수 없다. 멀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좋은 친구를 곁에 두는 일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안부를 묻고,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는 것.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진짜 친구가 되어간다.


오늘은 문득 떠오르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아주 가볍게, "잘 지내?" 한마디면 충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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