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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라는 날

생일 소회

by 글사랑이 조동표

어릴 적 생일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선물을 받고, 축하를 받는 날. 하루쯤은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해마다 돌아오는 생일이지만, 요즘은 그날이 오면 어쩐지 마음이 무겁다. 예전에는 숫자가 늘어가는 것이 자랑스럽기만 했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반갑지가 않다. 거울을 보면 세월이 남긴 흔적이 보인다.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여기저기 결리는 곳이 많아지고, 체력도 예전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생일이 ‘축하’의 날이 아니라, 점점 더 ‘자각’의 날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요즘은 사업도 기대만큼 풀리지 않아 마음이 복잡하다. 언젠가 안정적인 수입원을 내려놓고 진짜 내가 하고픈 일을 해보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자유롭고 멋진 삶을 꿈꿨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하는 생일은 마냥 축하받을 기분이 아니다.


그래도 가족들은 변함없이 생일을 챙긴다. 아내와 아이들은 선물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하자며 연락을 해온다. 감사하고, 고맙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축하를 받으며 미소 짓지만, 내 속은 마치 텅 빈 방처럼 쓸쓸하다.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명절이나 생일이 되어 축하를 드리면 어르신들은 손을 내저으며 "됐다, 됐어" 하셨다. 그때는 왜 저러실까 싶었는데, 이제야 그 마음이 조금은 짐작된다. 생일이라는 날이 점점 기쁨보다는 묵직한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날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머나먼 고창에서 태어나 수도권에서 살고 있다면, ‘개천에서 용 난 것일까?’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은 꼭 남들이 봤을 때 대단한 성공을 해야만 성립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힘으로 삶을 개척하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사지 멀쩡하고 일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분명 큰 복이다. 가끔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기보다, 스스로 잘해오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너무 위안만 삼기보다는, 스스로한테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봐도 좋을 것 같다.


생일을 피할 수도, 멈출 수도 없다. 그러니 어쩌면 받아들이는 방법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기쁘지 않더라도, 내 삶의 한 페이지를 또 한 장 넘겼다고 생각하기로.


그리고 다음 장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해 보기로.


아직 빈칸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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