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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지도를 그리며

'한비야' 중국견문록

by 글사랑이 조동표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사항을 더해가며, 나만의 지도를 만들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잊지 않는 마음이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23년 전, 중국으로 부임하기 전, 가장 먼저 찾은 책이 있었다. 바로 한비야 님의 『중국견문록』이었다. 낯선 땅에서 살아갈 길을 알고 싶었기에, 서점으로 향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는 있어도, 실제로 살아보니 모든 것이 예상과는 달랐다. 처음엔 두렵기까지 했다. 언어도, 문화도, 생활양식도 너무나 달랐다. 사회주의 국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 그리고 강한 자부심으로 뭉친 사람들. 그런 곳에서 한국인 한 명이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의 모험에 가까운 삶이었다.


매일같이 접하는 상소문과 투서, 통하지 않는 언어, 쏟아지는 실적 압박,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마셔야 하는 빼갈(白酒)... 그런 와중에 나는 저 남쪽 끝 광저우에서 16박 17일의 출장을 떠나게 되었다. 두근거리는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앞섰다.


하지만 그때 결심했다.


이 광활한 대지 위에서 나만의 지도를 만들자. 어디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맛있으며, 어디에서 묵어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야 하고, 무엇을 건드리지 말아야 하며,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세상에 완벽한 지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야 했다.


거친 약도 위에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정보와 감성, 그리고 타오르는 에너지를 덧붙이며, 나는 하나씩 나의 지도를 완성해 갔다.


그리고 지금도, 나는 같은 믿음으로 인생이라는 길을 헤쳐 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잊지 않는 마음이다.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길은 언제든 만들어갈 수 있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길을 잃으면 잠시 헤매면 될 뿐, 결국 우리는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니까.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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