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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첨단의료 2부 6장 4화

신약개발에서의 AI 활용

by 글사랑이 조동표

최근 AI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주목할 점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약개발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으로, 신약 개발자의 경험과 시행착오 실험에 의존해 왔으나, 머신러닝(ML)을 통한 인공지능(AI) 적용은 신약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질병 표적 식별, 신약 개발, 전임상 및 임상 연구, 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AI 기술의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고, 관련 규제 및 정책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 1]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AI 활용

- 신약개발에서 AI 활용 시장현황 및 역할


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신약개발에서 AI 활용에 대한 글로벌 시장은 2024년 18억 6,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29.9% 성장률로 2029년 68억 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미, 유럽, 아시아 태평양, 라틴 아메리아, 중동 및 아프리카의 5개 주요 지역에서 연구되고 있으며, 특히 북미에서 2023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AI를 포함한 의료기술에 대한 투자 증가, 환자 중심의 맞춤형 의약품 수요 증가, 신약 개발 비용 및 시간절감, 희귀 질환 연구에 대한 집중 중요성 증가와 같은 요인으로 신약개발 시장에서 AI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림 2] 신약 개발에서의 AI 시장

신약 개발은 매우 긴 시간, 엄청난 비용, 낮은 성공 확률을 감수해야 과정이며, 10~15년 기간과 평균 1~2조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고, 약 1만 개의 후보물질 중 1개(0.01%) 미만이 신약으로 출시된다.


따라서, AI, 빅데이터, 유전자 치료 등 혁신 기술이 도입되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AI 신약개발은 임상데이터와 신약 개발에 적합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하면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최근 실사용데이터(Real World Data, RWD)를 기반으로 한 실사용증거(Real World Evidence, RWE)와 AI 융합이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여러 제약사와 RWE 기업이 협력하여 더 효과적인 임상시험 설계, 시험 등록 개선, 신약 시장 진입 시간 단축을 목표로 새로운 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


전 세계 규제 기관들은 RWE의 규제 제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시장 진입과 정밀의료의 상용화를 추진하는데 RWE 통합은 필수적이다.


RWE는 치료 효과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환자의 장기적 평가, 제품의 가치 제안 검증을 가능하게 하여 규제 승인 및 시장 진입과 대규모 상업화를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FDA는 2023년 1월에 '의약품 및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규제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RWD·RWE 사용 시 고려 사항' 지침을 마련하고 데이터 접근 및 안전성 모니터링에 대한 권장 사항을 발표했으며, 유럽 의약품청(EMA)은 RWE의 규제 제출 시 RWE 활용에 대한 연구리뷰를 발표하였다.


* RWD : 다양한 출처에서 정기적으로 수집되는 환자의 건강 상태 및/또는 의료 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데이터로, RWD의 예로는 전자 건강 기록에서 파생된 데이터, 의료 청구 데이터, 제품 또는 질병 레지스트리의 데이터,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기타 소스(예: 디지털 건강 기술)에서 수집된 데이터 등이 있음.


*RWE : RWD 분석에서 파생된 의료 제품의 사용 및 잠재적 이점 또는 위험에 대한 임상 증거임.


- 글로벌 현황


AI 기반의 신약개발을 위해 일라이 릴리, 화이자, 머크 등 대형 제약사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LinkedIn(링크드인) 공동 창립자이자 벤처 캐피털리스트인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이 저명한 종양 전문의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싯다르타 무케르지(Siddhartha Mukherjee) 박사와 함께 2025년 1월 신약개발 스타트업 Manas AI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Manas AI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립선암, 림프종, 삼중 음성 유방암과 같은 공격적인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작으로 약물 발견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3년 의약품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 AI 사용이 증가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관련 의견서를 발표했다.


신약개발 전 과정(후보물질 발굴, 비임상연구, 임상연구, 시판 후 안전관리, 첨단의약품 제조 단계)에서 AI가 쓰이는 용도에 대한 개요도 포함되어 있다.


실제로 FDA 부속기관인 CDER(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은 지난 몇 년 동안 AI 구성 요소를 사용하여 제출하는 약물 신청서 수가 크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AI는 디지털 건강 기술(DHT) 및 실사용데이터(RWD) 분석을 포함하여 CDER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영역에 점점 더 통합되고 있다.


FDA는 2025년 1월 ‘의약품 및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규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고려 사항’이라는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의약품의 안전성, 신약개발에서의 AI 활용 효과 또는 품질에 관한 규제 의사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또는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권장 사항을 의뢰자 및 기타 이해 당사자에게 제공한다.


특히 이 지침은 특정 COU(사용 상황)에 대한 AI 모델의 신뢰성을 설정하고 평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위험 기반 신뢰성 평가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2025년 최대 이슈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조치 중 하나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정부에 생성형 AI 모델 및 의료 산업에서의 사용을 포함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보호 장치를 개발하도록 지시한 행정 명령을 철회했다.


2023년 10월 명령은 보건복지부(HHS)에 AI와 관련된 안전하지 않은 의료 관행에 대한 보고서를 기록하는 임무를 부여하고,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 향후 규제 노력의 기술 지침을 위한 본거지로 미국 AI 안전 연구소를 설립하도록 압박했었다.


NIST 연구소는 또한 잠재적인 신약 화합물의 컴퓨터 생성 설계와 같은 생명공학 연구 및 개발에 AI를 사용하기 위한 다른 지침 중에서 AI 모델의 공개 전에 안전성을 보장하고 편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레드팀 테스트"에 대한 표준을 설정하라는 지시를 받았었으며, 현재로서 작업을 계속할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리더십 계획을 발표하였으며, AI 2.0은 경제 및 전략 성장의 초석으로 우선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 활성화, 국가 안보 강화뿐 아니라 의료혁신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AI를 사용하여 약물 개발을 가속화하고, 진단을 개선하며 의료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 국내 동향


국내 제약사 중에는 JW중외제약·대웅제약 등이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관련 플랫폼·시스템을 구축하며 신약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인공지능 기반 신약 R&D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JWave)'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제이웨이브는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해, AI 모델 적용 범위를 확장한 플랫폼이며, 그 주요 역할은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유효 약물 탐색, 선도물질 최적화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이다.


대웅제약은 AI 신약 R&D 시스템 '데이지(DAISY)'를 구축했다. 데이지는 주요 화합물 8억 종 분자 모델을 전처리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 과정을 돕고, 후보물질 최적화 단계까지 걸리는 기간을 줄이는 시스템이다.


DAISY에서 주목할 도구는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AIVS(AI based Virtual Screening)다. 대웅제약은 AIVS를 활용해 표적 단백질에 작용하는 활성물질을 찾을 수 있으며, 3D 모델링으로 동일한 화학적 특성을 보인 새로운 활성물질을 발굴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신약 개발 인공지능(AI)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범부처 최상위 거버넌스로 관계 기관에서 개별 추진 중인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조직이다. AI 기반 기술로 시간 비용 등을 기존 대비 절반가량으로 단축하고, 공공바이오파운드리 구축과 분야별 확산을 도모하며,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려는 계획이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I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및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규제과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약품 개발 시 인공지능 활용 안내서'와 '인공지능 활용 의약품 개발 사례집'을 2024년 상·하반기에 각각 발간했다.


의약품 개발 시 AI 활용 안내서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비임상시험, 임상시험 등 의약품 개발 단계별로 작용기전 탐색, 대상자 선정 등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알려주며, AI 활용 시 데이터 품질과 신뢰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인공지능 활용 의약품 개발 사례집은 AI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동향을 비롯해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을 예측하는 비임상 등 의약품 개발 단계별 인공지능 활용 사례가 담긴 자료이고, 식약처는 해당 자료에 AI 활용 윤리 관련 업계 의견 등 내용을 추가했다.


- M&A 현황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언스트영(EY)에 따르면, 글로벌 생명과학기업들은 최근 5년간(2020~2024) AI 관련 파트너십과 인수합병이 급증하였으며, 이는 기업들이 성장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Y CEO 신뢰 지수(Confidence Index)에 따르면, 생명과학 업계의 CEO들은 AI를 포함한 신기술을 향후 12개월 동안 가장 큰 산업 변혁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이 새로운 혁신 물결이 업계에 가져올 기회와 도전 과제의 규모를 보여준다.


5년간(2020~2024) 헬스케어 AI M&A 거래 가치는 6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선두 기업들은 AI 협력을 위해 적어도 1개 이상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거래 건수 및 가치는 ▲2020년 41건·50억 달러 ▲2021년 54건·164억 달러 ▲2022년 77건·155억 달러 ▲2023년 55건·139억 달러 ▲2024년 87건·136억 달러 등이다.


2024년에 AI M&A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가장 큰 관련 M&A는 2024년 8월 Recursion Pharmaceuticals가 Exscientia를 7억 1,200만 달러에 인수한 사례이다.


AI 파트너십과 M&A 건수 증가는 여러 시사점 중 AI를 통한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및 개발 최적화 때문이고, 기업 운영부터 상업 전략 등의 높은 활용도 역시 헬스케어 기업들이 AI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에서이다.


- 맺음말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기술은 신약 개발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AI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2023년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과 의료제품 산업에 600억~1,100억 달러의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는 주로 신약개발 가능성을 위한 화합물 식별 프로세스를 가속화하고, 개발 및 승인을 가속화하며, 마케팅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 중, 리서치와 초기단계 신약 발견에서 150억~280억 달러 수준으로 기대 가치를 높게 추정하였다.


그러나, AI로 신약개발을 하기까지 아직 남은 과제는 있다. 신약은 보통 단백질 하나로 이뤄져 있지 않고, 단백질을 비롯한 여러 물질이 뭉친 화합물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AI가 설계한 단백질이 다른 물질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화합물이 신체에 들어갔을 때 어떤 효과를 내는지 등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는 것이다.


현재 바이오 분야에서 AI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인공지능의 주요 프로세스인 데이터 학습을 위한 데이터 input과 output이 빠른 이미지, 영상으로 진단하는

의료제품 등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즉, 학습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도출한 결과(예컨대,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화합물)를 검증하기 위하여 실제 세계에서의 실험이 필요하며, 해당 화합물 합성, 세포 실험, 동물 실험 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에서의 AI 적용은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인체 데이터 셋을 활용해 신약 개발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바이오니모(BioNEMO)’를 공개하였다. 제약기업들은 자체 데이터로 파인튜닝(미세조정)을 하여 목적에 맞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도움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 광범위한 사용 사례에 적용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데이터에 대해 훈련된 기계 학습 또는 딥 러닝 모델.


따라서, 국내에서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각 기업에서 각자 상황과 목적에 맞는 신약개발 AI 모델을 구축해 나아가면, 신약개발 AI 활용 변화가 가속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Bio Economy Brief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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