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 피어난 마음
장모님 건물 옆에는 한동안 비어 있던 공터가 있었다. 이렇다 할 용도가 없어 방치되다시피 했는데, 코로나 시기를 맞으면서 그 공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깥 외출이 어려워지자 장모님은 그 공터를 화단처럼 가꾸기 시작하셨다.
처음에는 상추, 고추, 부추, 파, 방울토마토 같은 채소를 심었다. 식구가 먹을 만큼은 자급자족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랐다. 땅이란 참 정직해서, 손이 닿은 만큼 열매로 되돌려준다. 그런데 채소만으론 뭔가 아쉬우셨는지, 어느 순간부터 꽃을 심기 시작하셨다.
내가 처음 본 건 제라늄이었다. 새빨간 꽃송이들이 햇볕을 받아 환하게 피어 있었고, 그걸 바라보는 장모님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꽃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애정이 느껴졌다. 그걸 보고 나서 나도 뭔가 힘이 되고 싶어졌다.
마침 이천에 사는 대학 후배가 전원주택에서 100종이 넘는 식물들을 가꾸고 있었다. 거기서 묘목과 씨앗을 조금 얻어다 장모님께 드렸다. 안산에 사는 손재주 좋은 친구가 직접 만든 나무 화분대도 공수해 왔다. 아내도 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에게서 화초를 얻어 보탰다. 그렇게 하나씩 모인 꽃과 나무들이 장모님의 손끝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장모님은 꽃시장에도 직접 다니셨다. 뭘 사 오셨는지 늘 궁금했지만, 막상 보면 설명보다 결과가 더 화려했다. 공터는 서서히 작은 정원이 되었고, 해마다 그 색과 모양이 조금씩 달라졌다. 강원도라 겨울이면 꽃들이 얼어 죽기 일쑤였지만, 작년부터는 인근에 이사 오신 막내 이모님 덕분에 일부는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게 되었다.
올해도 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3월 하순부터는 매주 얼굴을 바꾸며 다른 꽃들이 피고 졌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남색... 색색의 꽃들이 서로 더 예쁘다고 고개를 내민다. 지난 주말에도 다녀왔는데 요즘은 백합이 가장 예쁘다. 고개를 곧게 들고 단정하게 피어 있는 흰색, 노란색, 자주색, 연분홍 백합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또 가까이 코를 갖다 대면 짙은 그녀의 향기에 어질어질해진다.
이제 곧 장마다. 비가 오면 꽃들이 고개를 숙이겠지만, 그 비를 지나면 또 다른 여름꽃들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아침마다 인사하는 나팔꽃도 피겠지. 이제 더위에 강한 꽃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다.
공터에 꽃을 심는 일은 단순히 취미를 넘어서 시간을 견디는 방식이었고, 누군가를 향한 애정의 표현이었다. 우리는 그 곁에서 조금씩 배우고 있다. 어떻게 꽃을 피우는지, 어떻게 마음을 건네는지를.
한 번은 꽃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분이 그 꽃을 파느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다. 장모님께 말씀드리니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하신다. 울긋불긋 꽃대궐을 구경하는 길손들이 꽃을 파는 화원이 아니냐고 오해하기 일쑤란다.
지금 그 화원은 백합, 장미, 한련, 제라늄, 달리아, 꽃무, 채송화, 봉선화, 패랭이꽃, 꽃잔디, 끈끈이대나물, 코스모스, 페튜니아, 일본조팝나무, 공작선인장, 양귀비, 달맞이꽃, 버베나, 백일홍, 해당화, 병꽃나무, 매발톱, 수레국화, 천수국, 금어초, 비비추, 카네이션, 수국, 불두화, 만데빌라, 칼랑코에, 밀집꽃, 드람불꽃, 삼색제비꽃, 등등의 얼굴로 가득하다.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며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새초롬한 풍경.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해주는 그런 치유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나는 중국 주재원 시절에 '花心'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다.
지금도 기억나는 가사를 인용해서 재구성해본다.
주화건(周华健)의 노래
- 花心(화심)
花的心藏在蕊中
空把花期都错过
你的心忘了季节
从不轻易让人懂
为何不牵我的手
共听日月唱首歌
黑夜又白昼
黑夜又白昼
人生为欢有几何
春去春会来
花谢花会再开
只要你愿意
只要你愿意
让梦划向你心海
春去春会来
花谢花会再开
只要你愿意
只要你愿意
让梦划向你心海
(music)
花瓣泪飘落风中
虽有悲意也从容
你的泪晶莹剔透
心中一定还有梦
为何不牵我的手
同看海天成一色
潮起又潮落
潮起又潮落
送走人间许多愁
春去春会来
花谢花会再开
只要你愿意
只要你愿意
让梦划向你心海
春去春会来
花谢花会再开
只要你愿意
只要你愿意
让梦划向你心海
只要你愿意
只要你愿意
让梦划向你心海
주화건(周华健)의 노래 花心(화심: 꽃의 마음)은 섬세하고 시적인 노랫말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다.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해 본다.
*화심(花心: 꽃의 마음)
노래: 주화건(周华健)
꽃의 마음은 꽃술 속에 숨겨져 있어요
괜히 꽃 피는 시기를 놓쳐버렸죠
당신의 마음은 계절을 잊고
좀처럼 쉽게 사람에게 드러나지 않네요
왜 내 손을 잡지 않나요
함께 해와 달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요
밤이 오고 낮이 오고
밤이 오고 또 낮이 오고
인생의 즐거움은 얼마나 될까요
봄이 가면 봄은 다시 오고
꽃이 지면 꽃은 다시 피어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꿈이 당신 마음의 바다로 향해 갈 수 있어요
봄이 가면 봄은 다시 오고
꽃이 지면 꽃은 다시 피어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꿈이 당신 마음의 바다로 향해 갈 수 있어요
(음악 간주)
꽃잎 눈물은 바람 속에 흩날리지만
슬픔이 있어도 담담하죠
당신의 눈물은 맑고 투명해서
그 마음속엔 분명히 아직도 꿈이 있어요
왜 내 손을 잡지 않나요
같이 바다와 하늘이 하나 되는 모습을 봐요
파도가 일고 또 밀려나고
파도가 일고 또 밀려나며
세상의 많은 시름들을 씻어가요
봄이 가면 봄은 다시 오고
꽃이 지면 꽃은 다시 피어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꿈이 당신 마음의 바다로 향해 갈 수 있어요
봄이 가면 봄은 다시 오고
꽃이 지면 꽃은 다시 피어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꿈이 당신 마음의 바다로 향해 갈 수 있어요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꿈이 당신 마음의 바다로 향해 갈 수 있어요
이 노래는 ‘인생의 덧없음’과 ‘희망의 반복’, ‘마음을 여는 용기’를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가사 전반에 흐르는 "봄이 가도 다시 오고, 꽃이 져도 다시 핀다"는 구절은 시간의 순환 속에서도 사랑과 꿈은 다시 피어난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https://youtu.be/IZ8-K3YPVN0?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