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스리기
예전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괜찮았다. 창문 밖 햇살은 포근하기만 했고, 거실의 커피 향도 은은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요즘은 그 평온함이 오래가지 못한다.
습도 높은 장마철에 열대야... 불면증에 시달리다 간신히 잠들지만,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 공사판 작업, 자동차 경적...
핸드폰을 켜자마자 보이는 읽지 않은 메시지, 뉴스, 어쩌면 아무 의도도 없는 타인의 말 한마디도 내 감정을 한순간에 뒤흔든다.
인생은 ‘희로애락’의 연속이라지만, 매일 겪는 이 감정의 물결은 생각보다 거칠다. 하루를 평탄하게 보내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돌이켜보면 대부분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가족, 친구, 지인, 비즈니스 고객, 낯선 뉴스 속 인물, 심지어 스포츠 경기의 결과까지... 내 감정의 기복은 외부 세계와의 끈에서 출렁인다.
그중에는 기분 좋은 순간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스트레스, 짜증, 원망, 억울함. 마음속에서 부글대는 감정들이 이따금씩 넘쳐흐르고는 한다.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화살이 날아가기도 하고, 후회는 더 깊은 피로를 만든다.
그래서 요즘엔 문득, 그냥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 없는 곳. 휴대폰도, 알림도, 연락도 없는 곳. 말수도 줄이고,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도 줄이며, 내 감정을 조금이나마 평탄하게 다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혼자만으론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감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그게 삶이고, 사람이 사는 방식이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명상? 운동? 아니면 일부러 말수를 줄이고 거리를 두는 것?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다혈질이고, 열정적이며, 오지랖 넓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함께 웃고, 때로는 함께 흥분하는 성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내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어떤 상황에서 흔들리는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부터. 그리고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흘려보내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는 것이 어떨까.
내 감정을 다잡는 일은 내게 맡겨야 할 책임과 의무다.
오늘도 감정은 출렁이겠지만, 내일은 조금 덜 흔들리기를 기대하면서 산다.
그리고 언젠가는 평온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