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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불전과 담배 연기

어머니의 시간 앞에서

by 글사랑이 조동표

새벽꿈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신 것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꿈은 한 편의 장례식 같았고, 또 하나의 고백이었다.


처음엔 저수지 근처였다. 주변 공기엔 축축한 냉기와 침묵이 감돌았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서 있었고, 눈앞에는 여러 켤레의 신발이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 검은 구두 안엔 양말이 말려 있었다.

나는 무심히 말했다.

"이건 자살한 사람의 것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그것은 내 마음속의 무게를, 말 아닌 말로 꺼내놓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삶이 너무 버거워 손을 놓고 싶었던 어느 날들의 잔해였을까.


곧이어 장례식장이 나타났다.

그곳은 겉으론 단정했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값비싼 시계, 금은보화가 쌓인 불전, 그리고 담배를 피우며 소란을 떠는 하객들이 보였다.


다들 직장인처럼 보였고 말끔한 옷차림이었지만, 그들의 태도는 무례했고 방자했다.

참다못한 내가 소리치며 꾸짖었다.

“조용히 하세요. 예의를 갖추시오. 여기는 추도하는 자리입니다.”


그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정장에 코트를 입은 가장 나이 들고 높은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 권위가 느껴지는 이였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사과했고, 꺼져 가던 촛불에 다시 불을 붙여주었다.

그 불빛 앞에서, 문득 깨달았다.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분이 내게 남긴 것은 살아 있는 동안 잊지 말아야 할 태도와 자세였다는 것을...


'예의, 정의감, 시간의 무게', 그리고 ‘사람답게 살라’는 오래된 말 한마디.


세상은 소란스럽다.

말과 행동 사이엔 틈이 많고, 인간다움은 때때로 쉽게 뒤로 밀린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예의를 지킵시다.

품위 있고 사람답게 살아봅시다.”


그게, 어머니의 시간 앞에서 내가 배운 방식이었다. 꿈에서야 다시 깨달았다.


과연 오늘부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인가? 궁금해졌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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