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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아래 다른 울음

까마귀와 매미, 새벽의 두 소리

by 글사랑이 조동표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울음

- 까마귀와 매미, 새벽의 두 소리


새벽 5시 반, 문득 눈이 떠진다. 창문을 열어보니 찌는 듯한 여름의 공기 속에 두 가지 소리가 얽혀 들어온다. 깍 까악– 하고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 그리고 쉼 없이 이어지는 매미의 합창.


왜 잠이 깼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마 이 녀석들 때문일 것이다. 까마귀와 매미는 왜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저리 소란스러울까. 그 순간 문득, 이 둘의 공통점이 떠오른다. 아침부터 사람의 잠을 깨운다는 것. 부지런하다는 것.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 그리고 날개를 가졌다는 것.


하지만 차이도 뚜렷하다.

까마귀는 하늘 높이 훨훨 날아다니며 도시와 들판을 자유롭게 오간다. 먹이로 삼을 수 있다면 매미 한 마리쯤은 단숨에 낚아챌 몸집과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으로 나무의 수액을 먹으며 2~7년 이상(일부는 13~17년)을 기다린 끝에 지상에 올라와, 고작 일주일 남짓 울다 생을 마감하는 작은 곤충이다.

까마귀는 오래 산다. 10년 넘게, 운이 좋으면 20년도 산다.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도시의 변화와 계절의 변주를 모두 목격한다. 반면 매미는 짧은 생을 불태운다. 자신의 소리를 멀리, 더 멀리 보내는 일에 모든 힘을 쏟는다. 까마귀는 그 긴 생을 살아남기 위해 계산과 경계를 품고 움직이고, 매미는 그 짧은 생을 증명하기 위해 한여름의 햇살 속에서 소리를 날린다.


같은 새벽, 같은 하늘 아래, 두 생명체가 이렇게 다른 리듬으로 살아간다. 까마귀의 울음은 오래 사는 자의 여유 같고, 매미의 울음은 짧게 사는 자의 절박함 같다. 그런데도 둘 다 오늘이라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삶의 길이가 아니라, 오늘의 울음이 그 생을 완성한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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