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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은 붙잡지 않고, 오는 것은 막지 않는다

왕자불추 래자불거

by 글사랑이 조동표

- 가는 것은 붙잡지 않고, 오는 것은 막지 않는다


살면서 붙잡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떠나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싶은 사람도, 눈앞에서 사라지는 기회를 다시 불러 세우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오고 감에는 저마다의 이유와 흐름이 있습니다. 억지로 움켜쥔다고 내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밀어낸다고 멀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살다 보면, 사람과 사건은 늘 오고 갑니다.

어떤 날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고, 또 어떤 날은 그 사람이 조용히 뒷모습을 남기고 떠납니다. 계절도 그렇습니다. 봄은 어느 날 갑자기 내 창문을 두드리고, 겨울은 소리 없이 내 곁에서 멀어집니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왕자불추(往者不追) – 가는 것은 쫓지 말라.

래자불거(來者不拒) – 오는 것은 거부하지 말라.


원래는 교육철학이었습니다. 공부하기 싫어 떠나는 제자를 억지로 붙잡아봐야 마음이 없는 배움은 결실을 맺기 어렵고, 배우고자 찾아오는 사람을 이유 없이 거절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이 말은 사람뿐 아니라 인생의 모든 흐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명예도, 돈도, 권력도 내 곁에 있다가 떠나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이건 내 것”이라는 집착이 크면 클수록, 떠남이 주는 상실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반대로, 그것을 잠시 맡아두었다가 다음 사람에게 건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훨씬 담담하게 보내줄 수 있습니다.


저도 한때는 떠나는 것을 붙잡고, 오는 것을 의심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쌓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붙잡는다고 머물지 않는 것이 있고, 막는다고 오지 않는 것도 없다는 것을요.


이제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습니다.

오는 것은 두 팔 벌려 맞이하고, 가는 것은 웃으며 배웅하자.

그 사이에서 나는 내가 지켜야 할 삶의 속도를 잃지 않도록 하자.


결국, 인생은 오고 가는 것들의 문양으로 채워지는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그 문양 속에 억지스러운 흔적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이 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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