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consumist

소비하는 인간

by 글사랑이 조동표

Homo consumist – 소비하는 인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갑을 열거나 카드를 쓴다.

커피 한 잔, 밥 한 끼, 택시 한 번, 온라인 장바구니의 ‘결제하기’ 버튼까지.

그 행동은 단순한 구매가 아니라, 오늘의 나를 정의하는 행위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컨수미스트(Homo consumist), 소비하는 인간으로 진화? 혹은 퇴화한 존재다.


1. 나는 무엇을 사는가, 아니면 무엇에게 사로잡히는가


예전엔 물건이 사람을 따라왔다.

지갑이 낡으면 새 지갑을, 신발이 해지면 새 신발을 샀다.

이제는 반대다.

“새로운 모델이 나왔습니다”라는 문구 하나에, 우리는 마치 ‘소유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존재’가 된 듯 불안해한다.

물건이 아니라, 물건이 만든 정체성을 산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사는가’보다 ‘무엇에게 사로잡히는가’를 묻지 않으면 안 된다.


2. 소비는 위로다


어떤 날은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라며 값비싼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피곤한 하루의 보상이라 믿으며 택배 상자를 연다.

소비는 그렇게 위로의 언어가 된다.

그러나 상자 안에는 늘 순간적인 해방감만 들어 있다.

‘배송 완료’의 짜릿함은 곧 ‘텅 빈 마음’의 시작이 된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무언가를 기다리는 설렘인지도 모른다.


3.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 사이


요즘 나는 ‘비우기’에 열심이다.

주변에도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공간을 비우며, 정리 정돈하라는 조언이 넘친다.

하지만 완벽히 비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비우는 것도 또 다른 욕망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비와 절제의 경계, 즉 맥시멀 한 마음으로 미니멀하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소유가 아니라 사용을, 구매가 아니라 관계를 중심에 두는 삶 말이다.


4. Homo consumist의 자각


결국 소비는 인간의 본능이자 시대의 언어다.

문제는 ‘얼마나 소비하느냐’가 아니라 ‘왜 소비하느냐’에 있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소비는 결국 나를 닳게 한다.

하지만 스스로의 가치관으로 선택한 소비는 삶의 온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된다.


우리가 다시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는 길은 멀지 않다.

단지 다음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잠시 손가락을 멈추는 그 순간,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소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무엇을 살까’가 아니라 ‘어떻게 살까’의 질문이 아닐까.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