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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킹 배드: 하이젠베르크라는 이름의 무게

이름 하나로 인간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by 글사랑이 조동표

브레이킹 배드: 하이젠베르크라는 이름의 무게

- 이름 하나로 인간은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이름을 가진다.

그러나 어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한 인간의 선택과 세계관, 그리고 파멸까지 품는다.


미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역대급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TV 시리즈 Top 3이며 총 16개의 에미상을 수상했다.

엑스파일의 제작자 겸 각본가로 유명한 빈스 길리건이 제작했다.

브레이킹 배드의 뜻은, "선한 사람이 악인이 되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선(善)을 하나씩 깨뜨리며 악(惡)이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나는 요즘 이 기나긴 시리즈물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 총 5 시즌에 62편인데, 현재 시즌 4에 돌입했다. 매일 두세 편씩 보다 잠이 든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월터 화이트가 스스로를 ‘하이젠베르크’라 부르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위장의 이름이 아니라 존재 선언에 가까웠다.


하이젠베르크와 월터 화이트

1. 하이젠베르크, 과학자의 이름


하이젠베르크는 실존 인물이다.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 원리를 제시한 물리학자,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

그는 독일의 물리학자이며 양자역학의 선구자이다. 1927년에 발표한 불확정성 원리로 유명하며, 1932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하이젠베르크 원리는,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이젠베르크 원리

이 개념이 드라마 주인공인 월터 화이트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더 이상 한 가지로 규정될 수 없는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2. 이름을 바꾸는 순간, 인간은 변한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는 노벨 화학상 연구에 큰 공헌을 할 정도의 천재였지만,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생활하였고 평생 억눌린 인물이었다.

능력은 있었지만 인정받지 못했고, 성취는 있었지만 존중받지 못했다.

폐암 3기 진단은 그의 삶을 무너뜨린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자기 정체성을 재설계하는 계기가 된다.


‘하이젠베르크’라는 이름은 그가 더 이상 측정당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누군가의 남편, 교사, 환자가 아니라 두려움의 대상이 되겠다는 선택.


결국 그는 유일한 재능을 발휘하여 순도 높은 마약을 제조하고 급기야 마약왕이 된다.

처음 동기는 순수하게 가족에게 유산을 남기려고 뛰어들었지만 점점 악인이 되어가는 역할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턴의 연기는 정말 뛰어나다.

그의 미친 연기력은 3년 연속 에미상 남우주연상 수상의 결과가 말해 준다.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

3. 불확정성의 인간학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물리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의 삶도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를 선한 사람이라 여기면서도, 어느 순간 잔혹한 결정을 내린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기도 한다.


주인공 월터는 점점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관찰할수록 정체성은 흐려지고, 확신하려 할수록 결과는 예측 불가능해진다.


그는 과학자의 이름을 빌렸지만, 결국 실험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4. 이름이 인간을 만든다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직함, 역할, 별명, 필명, 예명, 가명...

그리고 때로는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들...


월터 화이트는 하이젠베르크가 되면서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돌아갈 수 없는 길로 들어선다.

이름은 가면이었지만, 결국 얼굴이 되었다.


- 하이젠베르크라는 이름은 묻는다.


인간은 어디까지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가.

선택의 책임은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는가.


브레이킹 배드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이름 하나로 삶을 다시 쓰려했던 한 남자의 기록이다.


우리 역시 하루하루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이름이 우리를 보호할지, 아니면 서서히 잠식할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지 않을까?


<추기>

하이젠베르크(Heisenberg)는 맥락에 따라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1.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


20세기 물리학을 바꾼 독일의 이론물리학자.

양자역학의 창시자 중 한 명.

불확정성 원리 제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

193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인간의 인식 한계를 과학적으로 드러낸 인물.


핵심 의미: “자연은 우리가 완전히 지배하거나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2.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하이젠베르크


주인공 월터 화이트(Walter White)의 또 다른 이름.

평범한 화학 교사가 범죄 세계의 인물로 변모하며 사용한 가명.


3. 왜 ‘하이젠베르크’인가?


통제 불가능성.

정체성의 이중성.

도덕과 결과의 불확정성.


드라마 속 의미는 선과 악, 책임과 결과가 더 이상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과학에서의 하이젠베르크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밝힌 사람이고, 드라마에서의 하이젠베르크는 그 한계를 넘어가려다 괴물이 된 이름이다.


*시간 나시면 이 드라마를 꼭 시청하기 바랍니다.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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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구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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