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단어들의 뜻을 배우는 일
하루를 시작하며
- 짧은 단어들의 뜻을 배우는 일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늘 같은 얼굴로 나를 맞이하지만,
내 마음의 사전은 하루가 다르게 얇아지거나 두꺼워진다.
할포드 E. 룩코크의 말처럼, 인생은 길고 복잡한 단어 하나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짧은 단어들의 뜻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일.
젊을 때의 일은 성취의 다른 이름이었다.
성과표와 직함, 숫자로 증명되는 언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은 ‘버텨냄’이 되고,
나중에는 ‘넘겨주는 것’으로 뜻이 바뀐다.
일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가 붙이는 뜻은 달라진다.
사랑.
처음엔 심장이 앞서고,
그다음엔 책임이 따라오며,
마침내는 침묵 속에서도 안부를 묻는 태도가 된다.
말이 줄어들수록 사랑은 오히려 더 정확해진다.
기쁨과 고통.
한때는 서로 반대말이라 믿었지만,
살아보니 둘은 같은 페이지에 나란히 적혀 있다.
기쁨이 깊어질수록 고통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고,
고통을 지나온 사람만이 기쁨을 오래 붙들 수 있다.
가정.
집이 아니라 방향이 되고,
혈연이 아니라 선택이 되며,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 하나로 유지되는 공간.
가정은 설명할 수 없을 때 가장 또렷해진다.
아이.
가르쳐야 할 대상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아이를 통해 나는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알게 된다.
삶과 죽음.
예전엔 너무 멀리 떨어진 단어 같았지만,
지금은 같은 문장 안에 놓인 쉼표처럼 느껴진다.
죽음을 의식할수록 삶은 불필요한 수식어를 잃고,
조금 더 정직해진다.
하루를 시작하며 나는 오늘도 사전을 펼친다.
새 단어를 찾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단어의 뜻을 다시 읽기 위해서다.
인생은 점점 단순해진다.
단어는 짧아지고, 문장은 줄어들며,
남는 것은 단 하나...
오늘, 이 단어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질문뿐이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인생이란, 사전을 펼칠 만큼 긴 음절의 단어가 아니라,
짧은 단어들의 뜻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일, 사랑, 기쁨, 고통, 가정, 아이, 삶, 죽음 같은... “
- 할포드 E. 룩코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