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아 2장 3화

의료기기, 그리고 회장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2장 3화

- 의료기기, 그리고 회장


논문과 임상 데이터를 쌓아 올리는 동안, 의약품은 시장 진입의 최소 조건을 갖추어 갔다.

그는 거기에 감정 따위는 개입시키지 않았다. 제약 시장은 성취보다 검증을, 속도보다 근거를 요구하는 곳이었다. 승리는 숫자로만 확인되는 법이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시장은 반응했고 본사는 즉시 다음 단계를 꺼내 들었다. 오너는 사업의 지평을 넓히려 했다. 기능성 화장품, 의료기기, 영양제품. 분야는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더 많은 점유율. 더 많은 영향력.


그는 병원을 오가며 새로운 사업의 방향을 관찰했다. 진단과 치료 사이에는 기계가 있었다. 약이 효능을 통해 시간을 바꾸는 동안, 기계는 순간을 통제했다. 그 차이를 인지한 순간, 그는 의료기기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패권 경쟁임을 이해했다.


본사는 한국에 의료사업부를 신설했다. 선발된 여섯 명은 실적과 냉정함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감정은 배제되어 있었다. 면역치료 장비, H. pylori 진단 시약과 측정기기, 체외 소변 진단 플랫폼. 약이 단독으로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을 침투하기 위한 장치들이었다.


그는 곧 이 전장은 기술과 정보, 그리고 조용한 거래로 움직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격 협상은 의사가 아니라 병원이, 병원이 아니라 의료보험이, 의료보험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의약품의 세계는 언제나 단선적이었지만 의료기기는 복선적이었다. 누가 진단하고 치료하는지가 누구를 살리는지보다 더 먼저였다.


Y2K가 세상을 흔들던 해, 사람들은 컴퓨터가 멈출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오너는 혼돈을 기회로 계산했다. 시스템이 흔들릴 때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시장은 늘 그랬다.


그는 10년 넘게 의약품 마케팅에 몸을 담가왔다. 이제는 의료기기라는 낯선 영역에서 출발해야 했다. 의료기기는 기술자들이 설계하고 의사가 사용하며 보험이 가격을 매기는 도메인이었다. 이해관계자가 많아질수록 그 도메인은 더 무거워졌다.


그곳에서는 정답이 아니라 조율이 필요했다. 조율이란 종종 누군가를 설득하고, 누군가를 제거하며, 누군가를 뒤로 미루는 일이었다.


본사의 엔지니어들은 기술을 설명했고, 그는 그 기술을 해석하려 기를 썼다. 기계를 모르면 의료기기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의약품은 효능을 말하거나 논문을 제시하면 되었다. 의료장비는 원리로 설득해야 했고, 그 원리는 시스템으로 작동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글사랑이 조동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고, 인간다움을 찾으며,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고, 미래의 삶에 공헌하며, 행복하게 살기.

69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