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6천 돌파의 시대
불장 앞에서, 가장의 표정은?
- 코스피 지수 6천 돌파의 시대
요즘 주식시장이 뜨겁다.
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주변에서는 수익률 자랑이 들려온다.
“30%는 기본이야.”
“5천이 7천이 됐어.”
몇 달 사이의 숫자가 사람의 표정을 바꿔 놓는다.
나는 과거에 주식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본 사람이다.
그래서 광풍에는 휘말리지 않겠다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다짐과 감정은 다른 영역이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
남들은 달리고 있는데 나만 멈춰 서 있는 느낌.
요즘 내가 겪는 것은 단순한 투자 고민이 아니라, 어쩌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다.
- 1인 1 계좌 시대
우리나라 주식 계좌 수가 5천만을 넘었다고 한다.
전 국민이 계좌 하나씩은 들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증시 부양 정책에 힘을 쏟고, 지수는 상징적인 숫자를 돌파했다.
정권은 고무되고, 투자자들은 환호한다.
시장은 언제나 숫자로 말한다.
그러나 사람은 숫자보다 이야기로 흔들린다.
“그때 안 팔았으면...”
이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깊게 파고든다.
- 아내의 말
삼 년 전, 회사를 창업할 때였다.
가족들이 나를 돕기 위해 갖고 있던 우량 주식을 팔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업은 자금이 필요했고,
나는 창업자였고,
우리는 한 배를 탔다.
그런데 최근에 이런 말을 들었다.
“그 주식을 그냥 가지고 있었으면 지금은...”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숫자는 머릿속에서 완성된다.
나는 그 순간, 아내의 재테크를 방해한 사람이 된 듯했다.
- 자녀들의 질문
아들딸도 비슷했다.
신입사원 시절 모은 돈을 창업한다는 아버지의 도전을 믿고 보태주었다.
그런데 불장이 시작되자 묻는다.
“아빠, 그때 그 돈으로 주식을 샀으면 지금 얼마가 됐을까요?”
그 질문은 계산기가 아니라 가장의 자존심을 두드린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대답은 숫자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만약’이라는 단어
만약 팔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때 우량주를 샀더라면.
만약 묻어두었더라면.
‘만약’은 언제나 상승장에서만 등장한다.
하락장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때 안 샀으면 다행이었을 텐데,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늘 결과를 알고 난 뒤 과거의 선택을 재판한다.
하지만 삼 년 전의 나는 지금의 시장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창업을 선택했고,
현금을 선택했고,
불확실성과 싸우는 길을 택했다.
그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 자본의 방향
주식은 숫자를 남긴다.
창업은 시간을 남긴다.
주식은 계좌에 수익률을 찍지만, 사업은 사람과 경험과 실패와 배움을 남긴다.
나는 자본을 시장에 두지 않고 나 자신에게 투자했다.
그 결과가 당장 아파트 한 채의 가격으로 환산되지 않을 뿐이다.
- 가장이라는 자리
내가 곤혹스러웠던 이유는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 선택이 가족의 기회를 빼앗은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더 아팠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한다.
가족은 그때 나를 믿었다.
우리는 함께 결정했다.
그 선택이 틀렸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같이 걸어본 길이다.
- 불장 앞에서
시장은 오르고,
사람들은 환호한다.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나는 지금 투자를 하고 싶은가,
아니면 뒤처지고 싶지 않은가.
이 둘은 다르다.
불장 속에서 흔들리는 것은 계좌가 아니라 마음이다.
- 결론
어쩌면 이것은 재테크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과 선택의 문제다.
그때의 나는 그때의 정보를 가지고 결정했고,
지금의 나는 그 결과를 감당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은 또 한 번 사이클을 돌 것이다.
기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만, 가장의 자리는 언제나 결과를 나중에 평가받는 자리일 뿐이다.
오늘도 나는 숫자 대신 내 선택을 다시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