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고친다는 것

안과 대기실에서

by 글사랑이 조동표

어느 겨울날 안과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묘한 풍경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나이다. 스무 살 안팎, 많아야 이십 대 중반이다.


그들은 같은 질문을 한다.


“수술하면 언제부터 잘 보이나요?”


라식과 라섹은 한국에서 매우 흔한 수술이 되었다.

특히 서울 강남에는 세계에서도 드물 정도로 많은 시력교정 병원이 모여 있다.

외국인 환자들까지 찾아온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눈을 고치려 할까.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단순하다.

안경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운동할 때 불편하고, 렌즈는 건조하고, 사진을 찍을 때 얼굴을 가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막을 깎는 수술을 선택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도 있다.

이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젊은 대학생들이다.

방학이 있고 회복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또 취업 준비생,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 그리고 방송인이나 운동선수들도 많다.


반대로 이 수술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다.


안과 의사들이다.


눈의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라식은 좋은 수술이지만, 꼭 필요한 수술은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라식과 라섹은 각막을 깎는 수술이다.

한 번 깎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렌즈를 눈 안에 넣는 ICL(Implantable Contact Lens) 수술을 하기도 하고, 그냥 안경을 쓰기도 한다.


재벌이나 기업가들이 안경을 그대로 쓰는 이유도 어쩌면 같은 맥락일 것이다.

불편함보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더 크게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식이 위험한 수술이라는 뜻은 아니다.

현대 의료에서 만족도는 90% 이상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술 후 세상이 훨씬 또렷해졌다고 말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람의 눈은 결국 다시 늙는다.


마흔이 되면 노안이 오고 다시 돋보기를 쓰게 된다.


그러면 문득 생각하게 된다.


그 많은 사람들이 스무 살에 안경을 벗고, 마흔이 되면 다시 안경을 쓴다.


인생이란 참 묘하다.


어릴 때는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나이가 들면 편하게 보이는 방법을 찾는다.


어쩌면 눈을 고친다는 것은 세상을 더 잘 보기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을 정리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젊을 때 사람들은 안경을 벗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리고 어느 날 다시 안경을 쓰며 세상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본다.


그 사이에 인생이 지나간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