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사랑이 거봉 Mar 16. 2024

반려견

   나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다. 고양이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복을 부르는 고양이는 출장 때 기념으로 사다 놓았다.


   하지만 요즘 펫(pet) 비즈니스에 여하다보니 애완동물을 도외시할 수가 없게 되었다.


   개를 키우자니 털 날리는 게 싫고, 시끄럽고, 집안이 어지러워지고, 아프면 사람보다 돈이 더 들고, 만약에 죽으면 가족 잃은 거 같은 슬픔이 밀려올 것이다.


   인간의 온기를 느낄 수도 있고, 같이 운동도 하고, 귀가하면 식구들보다 제일 먼저 반겨주고 안기니 이 얼마나 귀여운가 하는 예찬론도 듣는다.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고 했다. 그만큼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은 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망까지 이르게 되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어릴 적 개를 세 마리 키웠는데, 한 마리는 개장수가 잡아가고, 한 마리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마지막 한 마리는 마당의 감나무에 농약을 분무하다 개 밥그릇에 들어간 독성분 때문에 죽고 난 이후로 반려견을 키우지 않게 되었다.


   개만큼 충직한 동물이 없고 노후에는 개라도 있어야 운동도 되고 외로움도 나누며 서열 5위의 서러움을 달래고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젊은 시절에는 접대로 다 같이 보신탕을 먹은 기억이 있다. 영업부 선배를 따라가서 끼어 앉아 먹었는데 양념이 진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그만큼 쉬쉬하며 식용견을 먹었는데 이제는 사철탕 집을 보기가 힘들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국이 개를 먹는 나라라며 손가락질했고, 아직도 해외에 나가면 한국인은 개를 잡아먹느냐며 화제에 올리기도 한다.


   내게 있어 강아지는, 우체부가 던져 놓은 첫사랑의 편지를 입으로 갈가리 찢어버려 약속 장소인 책방에 못 나가게 만든 악연이 있다. 그 여학생은 한 시간을 기다리다 지쳐서 나를 원망하며 돌아갔다고 친구가 전해주어서 알게 되었다. 졸지에 바람 맞힌 남자가 되었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 첫사랑은 애완견에 의해 무참히 깨진 것이었으니, 그 뒤로 개를 키우지 않는다.


   지금도 친구네 애완견이 너무 귀여우면 쓰다듬어주곤 하는데 가족들이 입을 맞추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다.


   애완동물과 친해져야 비즈니스도 쉬워질 텐데 앞날이 걱정이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이전 13화 운명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