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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최현지 Feb 02. 2024

[서평] <플나나 농장의 휴식>을 읽고난 후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 #플나나농장의휴식 >
#선자은작가 / #미래인 펴냄

“친절한 사람을 조심하세요.”
휴식이 필요해 찾아든 게임 세상에 전쟁이 시작되다!
십대가 찾아 읽는 작가 선자은이 선사하는 현실 퀘스트

- <플나나 농장의 휴식>은 청소년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소설이지만 주인공 ‘나연’이를 통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잘 담아두었다. 처음 제목과 책 표지를 보았을 땐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하기도 했는데, ‘플나나농장’이라는 단어 자체만 보면 평화롭고 자유로운 느낌이지만, 현실 세상 아닌 게임이란 가상 현실에서 ‘플나나농장’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중 2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시기는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 심적인 부분이 다양하게 형성되는데, ‘나연’이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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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매일매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일중독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농장 일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딱 기본만 해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밤새 푹 자서 체력은 보충 되었지만, 아직 정신이 몽롱하다. 늘어지게 기지캐를 켜고 몸이 좀 깨어난 기분이다. 집 앞 수돗가로 나가서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그러면 오늘도 시작해 볼까.”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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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스토킹할 만한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유일하게 수상하게 구는 사람, 다름 아닌 달그네다. 플나나 마을에서 달그네는 현실 친구인 척하면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지비와 사귄다는 이유로 나를 해코지하려는 게 분명했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인적이 드문 길에서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발소리에 이어 다른 소리가 같은 박자로 조금 느리게 겹쳤다. ‘설마......’ 속도를 늦췄는데도 나를 앞서가는 사람이 없었다. 차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가 온몸을 타고 퍼져 나가서 온 세상이 흔들렸다. p.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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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많이 하는 게임을 통해 또래로 위장한 다음 접근해서 신상 정보를 알아내고 스토킹하는 식이었다. 그가 지비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배신감과 함께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다. 게임 속 캐릭터는 누구나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었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인 척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믿어 버린 것이다. ‘나한테 도대체 왜 그랬어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대화를 나누면 게임 속 지비가 혹시라도 떠오를까 봐 끔찍했다. 엄마가 달려와 내가 조사를 받을 때 곁에 있었다. 연락할 때까지만 해도 게임 좀 그만하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야단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엄마는 별말 안했다. 그저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엄마랑 손을 잡은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몰랐다. “엄마, 미안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미안하다고 말하고 말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널 지켜보는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엄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게임 속에 있을 때만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현실의 내 곁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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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은 도희였다. 달그네인 도희. 플나나 농장에서 도희가 <비밀의 화원>에 대해 말하던 것이 떠올랐다. 콜린을 도운 건 메리예요.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이 배경이 되긴 했지만, 메리가 없었다면 콜린은 일어설 수 없지 않았을까요? 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라고 생각해요. 도희는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어서지 못하던 나에게 손을 내민 친구였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도우려고 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이제 그 손을 온전히 잡아도 좋지 않을까. 손을 잡으면 나만의 ‘비밀의 화원’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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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은 작가는 청소년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연’이의 입장이 되어보는 느낌을 받았다. 목차가 신선해서 읽는내내 호기심이 생겼고, 결국 나연이의 해피엔딩을 보아서 기뻤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사회 문제를 반영하는 소설은 끔찍하거나, 자극적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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