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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최현지 Feb 04. 2024

[서평] <로버트맥키의 액션>을 읽다.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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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4
< #로버트맥키의액션 >
#로버트맥키 지음 / #민음인 펴냄

스토리텔링의 거장 로버트 맥키가 알려주는
긴장감 넘치는 흥분의 기술, <액션> 스토리 창작법

- <로버트 맥키의 액션>은 작가가 작가들을 위해 쓴 글이다. 어떻게 하면 시나리오를 잘 쓸 수 있는가, 캐릭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액션이란 장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면서도 질문이 생기고 호기심이 발동하며, 알고싶고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액션의 핵심 요소를 시작으로, 배역을 어떻게 구성하고, 스토리를 어떻게 설계하는지 디테일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액션을 크게 모험, 서사극, 결투, 스릴러 등의 장르로 구분해서 장르마다 액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알려준다. 개인적으론 로버트 맥키 시리즈의 <캐릭터> 편을 좋아하는데, 로맨스, 멜로를 사랑하는 나에게 액션이 생소하기도 했지만, 글을 읽기 전과 후의 마음은 완전히 다르다. 저자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지만, 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책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잘 정리된 논문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시나리오와 스토리, 캐릭터에 대한 심도깊고 분석적인 그의 통찰력은 참 놀랍고 존경스럽다.

- 액션의 악당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지만, 괴물은 초자연적 능력으로 자연법칙을 깨거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힘으로 자연법칙을 굴절시킨다. 액션 장르의 악당이 나르키소스라면, 공포 장르의 괴물은 사디스트다. 악당이 자기도취적 영혼을 지녔다면, 악귀에는 악령이 깃들어 있다. 악당의 허영심은 부, 권력, 명예로 충족시킬 수 있지만, 피해자가 몸부림치는 것을 보면서 절정의 쾌락을 얻는 괴물은 피해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고통을 오래도록 지속 시킨다. p.29

- 영웅은 싸움을 걸지 않는다. 싸움은 악당이 건다. 따라서 영웅적 행위는 악행에 대한 반응이고, 액션 플롯의 도발적인 사건은 악당의 행위가 영웅의 반응을 촉발한 뒤에야 파급력이 완전히 발휘된다. 이런 행위/ 반응의 이중적인 사건은 악당이 처음 자신의 계략을 떠오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악한 행위 그 자체를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그 경로 어딘가에서 영웅이 악당의 계획을 알아차린다. 도발적 사건이 일어난 때부터 내내 스토리의 중심라인을 움직이는 동력은 악당의 계획이다. 영웅이 마침내 결정적 행동으로 그 계획을 멈추기 전까지 말이다. 따라서 액션 스토리의 탁월함은 악당의 수준, 그리고 악당이 세운 계략의 기발함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악당이 경이로울수록 영웅은 더 뛰어난 지략을 발휘해야 한다. 악당의 계획이 독창적일수록 스토리텔링도 더 기발해져야 한다. p.87

- 액션 장르의 순수예술은 순수모험이다. 순수모험은 생/사의 가치를 더 깊고 복잡하게 다루면서 인간의 마음뿐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영역으로 주제를 확장한다. 생생한 묘사로 절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피터 벤츨리의 소설 <조스>와 숭고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베스트셀러이자 영화화되어 흥행작이 되었고, 후자로 헤밍웨이는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전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수십 년 전에 사라졌지만, 후자는 앞으로도 몇 백 년동안 계속 읽힐 것이다. 액션으이 배역들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텍스트에서 결투를 벌리는 동안 순수보험의 작가들은 이들 캐릭터와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서브 텍스트 속으로 독자/관객을 초대한다. p.30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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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지만, 작가라는 혹은 글쓰는 사람들은 공감되는 요소들이 있다. 책이 쉼없이 읽어지는 건 재미있기 때문이다. 소설, 에세이를 읽을 땐 감정적으로 슬픔이나 분노가 발생하는 구역이 있지만, 이 책은 글쟁이들에게 지식과 정보, 기본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독자의 스타일에 따라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하는 이도 있을 법하다. 이 책은 놀랍도록 생동감 넘치고 유익하고 재밌다. 작가이거나, 혹은 작가를 꿈꾸거나, 영화 감독, 배우 등 예술 쪽에 종사하는 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만나길 바란다. 저자에게 묻고 싶다. '로버트 맥키 작가님, 액션을 좋아 하나요? 멜로를 좋아 하나요?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혹은 고민중인 시놉은 무엇 인가요?' 시나리오 작가이자, 교수이자, 스토리텔링 장인인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좋은 책을 만드는 좋은 출판 민음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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