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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최현지 Mar 07. 2024

[소설 서평] <아이를 빌려드립니다>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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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빌려드립니다 >
#알렉스쉬어러 지음 / 이혜선 옮김 / #미래인 펴냄

고령화, 불임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내다본 미래 소설

- <아이를 빌려드립니다>를 처음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제목자체가 충격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미래를 읽는 능력을 가진 게 아닐까. 저출산, 고령화사회, 유괴, 그 모든 것이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에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듯한 사회 현실에 마음이 아렸다. 과연 이 이야기의 끝은 새드일까, 해피일까 궁금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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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함은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서 적대감을 없애준다. 누군가는 이런 정직함을 순전히 전문직업인의 기질이자 교묘한 전략으로 여길지 모른다. 일부러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은 하나의 속임수라는 것이다. 이 말이 옳을 때도 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데이비 부인이 미소를 지었다. 태린의 상황을 이해하고, 태린의 노골적인 말에도 화나지 않은 것 같았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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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태린이 가진 전부였다. 나무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빛, 그 햇빛의 따사로움, 밀밭인지 옥수수밭인지 모르지만 갓 베어낸 풀냄새, 그 여자의 향기, 그 여자의 노랫소리, 그 여자의 품에 안긴 감촉, 그래, 태린은 갓난아기였다, 틀림없이, 아주 오래전에. 머나먼. 푸른 들판에서. 태린은 현관문으로 손을 뻗었다. 길거리가 태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원한 삶이라는 인간의 크나큰 기대에 염려와 환상과 낙담을 지닌 채. 바로 그 때 태린은 진실을 깨달았다. 그 여자를 결코 찾지 못하리라는 것을.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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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를 찾지 않았어요? 왜 안 찾았냐고요!”
“경찰서에 신고했고, 우리도 직접 찾아다녔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포기했을 때도 우린 포기하지 않았어. 오랫동안 난 너를 찾아다녔다. 그동안 수많은 모텔 방에 묵었고, 정말 만나기 싫은 사람들도 만났고, 정말 가기 싫은 곳에도 가봤다. 가는 곳마다 찾을 수 있는 아이는 모두 찾아다니며 그 애들 얼굴에서 나나 네 엄마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사실이 아니에요. 당신은 거짓말쟁이예요! 비열하게 아이를 유괴하는 거짓말쟁이라고요!”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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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미안하다, 태린. 정말 미안해. 나는, 난, 난.”
태린은 앞으로 다가가 엄마를 안고 엄마한테 머리를 기댔다. 그러자 엄마가 태린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난 괜찮아요.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속 태린을 꼭 껴안고서 태린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엄마한테서는 태린이 기억하고 있는 그 냄새가 났다. 정말 똑같았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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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린은 다시 공을 찼다. 헛간 벽에 맞은 공이 튀어 왔고, 형제는 그 공을 먼저 잡으려고 쫓아갔다. 공을 두고 다투는 사이, 둘의 다리가 뒤얽히고 둘의 몸이 쾅쾅 부딪쳤다. 에드가 먼저 공을 잡았지만 태린이 쫓아가 공을 빼앗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에드가 태린을 쫓아갔고, 태린은 공을 몰고 마당을 가로질러 도망쳤다. 애드는 도망치는 태린을 열심히 쫓아갔다. 그 순간 태린은 알아챘다.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불쑥 알아챘다. 태린은 웃고 있었다.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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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 피는 물보다 진했던 친족간의 가족도 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다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친구와 룸메로 가족이 되기도 하고, 이웃사촌, 피가 안섞인 남도 가족이 되는 세상. 하지만 가족이 된다는 것은 타인의 대한 애정과 배려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책 속에는 다양한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아이를 유괴하는 어른, 돈으로 아이를 빌리는 어른, 돈보다 아이를 찾기위해 노력하는 어른, 그리고 그 중심엔 아이가 있다. 정말 다행이도 이 책의 끝은 아이가 경찰서에서 가족들을 찾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상황에 처한 아이가 있다면 정말 절망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더 걱정인 것은 점점 아이들이 줄어들고,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출산율은 줄고,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더이상 소설 속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면서 또한번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청소년을 위한 책 만드는 사람들 출판사 <미래인> 감사합니다. #도서협찬 #book #책은사람을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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