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심코 바라본 그녀의 시선은 꾸벅 졸고 있는 할아버지의 평온함이었다. 어느 봄날에 한가한 한복집 주인 왕서방이 손님을 기다리다 졸고 있는데, 곳곳의 비단들이 제각기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바닷물결처럼 빛나고 있다. 꽃비단, 금비단, 그 무늬가 너무도 섬세하고 디테일해서 한참을 작품 속에 빠져들었다. 한 폭의 그림 한점에는 끝없는 이야기와 감정이 숨겨져 있고, 그 것을 찾는 독자의 시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무수히 많은 비단을 감상하다가 좁은 창문 밖으로 동백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