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경주, 동궁 위에서 월지를 바라보았다. 남들은 신라의 밤이 아름답다 하지만 나에겐 짙은 푸름과 혹은 붉음이 있는 낮이 더 좋다. 동궁 위에서 바라보는 가을은 밤의 조명 아닌 자연 그대로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가득 채워 주었다. 푸른 호수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모과 나무엔 주렁주렁 향긋한 모과 열매가 열렸다.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 소리, 맑고 청아한 새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을의 소리가 좋다. 전생이 있다면 이곳에서 이렇게 월지를 바라 보았을까 하는 재미난 상상을 하며, 그렇게 경주의 가을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