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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 대하여

by 방송작가 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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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시 #바닷가에대하여 #정호승 님
#외로우니까사람이다 #시집 #아름다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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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을 타고 바다의 섬으로 향하는 순간이 좋다. 나는 태어나서 멀미를 한적도 없고, 배를 타고 끙끙 앓아본적 없는 내가 참 복받은 체질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모르는 게 약인 것도 있지만, 세상엔 아는 것이 약인 게 더 무궁무진 하니까. 언젠가 배 위에서 바라본 파도의 높이와 세기에 심쿵한 적이 있는데, 철렁, 덜컥한 적이 없어서 참 다행이야. 겨울 바다는 내게 심쿵한 존재라서 다시금 보고 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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