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송작가 최현지 May 16. 2023

<독파 서평> 나쓰메 소세키 소설 [마음]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광고 #서평 #독파 #챌린지
 
- 인간으로 태어나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인간의 마음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 <마음>
 
#소설추천 #마음 #나쓰메소세키 #유은경 옮김 #문학동네
 
1914년 출간된 <마음>은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격변하는 시대를 마주한 당대 지식인의 고뇌와 인간 내면의 죄의식, 고독, 그리고 윤리 의식을 다루고 있다. 10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변함없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고전 소설이다. 과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을까. 결국 인생의 끝은 고독이라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파헤치듯 책을 읽었다. 처음 책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마음' 이라는 제목에 끌여서 였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늘 고독과 고뇌가 잠재되어있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데, [마음]이라는 책은 아마도 고독한 감정을 다룬 작품 중 명작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
나는 내 과거를 선 악 모두 다른 사람들이 참고로 삼도록 한 셈입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아내만은 예외임을 알아주십시오. 아내에게만은 아무것도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가 내 과거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을 되도록 순백색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것이 나의 유일한 희망이니, 내가 죽은 후에라도 아내가 살아 있는 한은, 자네에게만 고백한 나의 비밀로서 모든 걸 가슴속에 간직해주길 바랍니다. - P 283  
 
  마지막 유언이 아내를 향한 사랑 고백이라니. 한 평생 K의 자살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녀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을 선생님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혼자두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가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백년이 훌쩍 지난 시대에서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다양한 감정과 마음 상태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존경하게 되었다.
 
-
“선생님과 함께 그 근방을 산책하고 싶어요.”
“나는 참배하러 가는 거지. 산책하러 가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가신 김에 산책까지 하시면 더 좋잖아요?”
선생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난 오직 참배하기 위해 가는 거니까”라고 목박아서, 어디까지나 참배와 산책을 구분지으려는 듯 보였다. 나와 같이 가고 싶지 않아 핑계를 대는 건지 뭔지, 그때의 선생님은 꼭 고집 부리는 어린애 같아 이상했다. 나는 내 의사를 좀더 밀어붙이고 싶었다.
“그럼 참배만 해도 좋으니까 데려가주세요. 저도 참배하겠습니다.”
사실 내게는 참배와 산책을 구별하는 게 거의 무의미했다. 그러자 선생님의 안색이 약간 흐려졌다. 눈빛도 이상해졌다. 성가시다든가 싫다든가 두렵다든가 하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불안에 가까운 것이었다. 순간 조시가야에서 ‘선생님’하고 불렀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때와 지금의 표정은 완전히 똑같았다.
“나는” 하고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나는 학생에게 말해줄 수 없는 어떤 사정으로, 어느 누구와도 묘지에 같이 가고 싶지가 않아요.” - P 23

-
그는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말하기 전에 입가에 실룩거리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그의 입술이 그의 의지에 저항이라도 하듯 쉽게 열리지 않는 데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의 심각성도 담겨 있었겠지요. 일단 말문이 터졌다 하면 그 목소리에는 보통 사람의 두 배나 되는 힘이 실려 있었습니다. 나는 그의 입술을 잠깐 보고, 또 무슨 말을 하겠구나 금방 알아차렸지만, 대체 뭘 준비하는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천벽력이었습니다. 그의 잘 열리지 않는 입을 통해 따님에 대한 애절한 사랑 고백을 들었을 때의 나를 상상해보십시오. 나는 그의 마음지팡이로 단번에 화석으로 굳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 P 233

 인생을 살다보면 유독 끌리는 것이 있다. 그것이 사람이든, 책이든, 감정이든 끌리면 GO 하게 되어 있다. 극 중 나가 선생님한테 끌렸듯이, 선생님이 K에게 끌렸듯이 <마음>이란 책이 내게 그랬다. 두 남자가 자살한 이유는 뭘까. 고독해서 일수도 있고, 죄책감으로 인해 죽음을 택했을수도 있다. 책 속에서 사랑이 죄악이라 하지만, ‘선생님’이 ‘아내’에게 사실을 고백했다면 자살을 막을수있지 않았을까. 시대가 변했어도 삶은 고독하고, 고독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랑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행복한시간 #책읽는여자 #책읽는사람들의물결 #독파 #완독 #챌린지 #네번째 #성공 #책선물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