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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니 Sep 12. 2024

몽골 2. 자연이 빚어낸 빛과 그림자의 예술

 몽골 욜리암의 대자연 속을 걷다

몽골에서 맞는 두 번째 아침이다. 어제 남은 맥주를 물 대신 마시며 하루를 준비했다. 가이드가 아침을 준비해 게르로 가져다주었는데, 오늘 아침 메뉴는 미역국이었다. 미역은 맞지만 뭔가 된장이 섞인 듯한 독특한 맛의 미역국. 그래도 준비해 간 김치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우리는 게르 안에서 몽골 초원을 바라보며 드립커피를 내려 마셨고, 그 여유로운 아침을 즐긴 후 짐을 꾸려 다음 목적지로 떠날 준비를 했다.

몽골에서 맞이하는 두번째날의 아침

오늘의 목적지는 욜링암(Ёлын Ам)이었다. 가기 전, 시내에 들러 장을 보고 인근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메뉴는 몽골에서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인 ‘진비’, 몽골 전통 양갈비찜이었다. 밀가루 반죽으로 만들어낸 부침개도 곁들여 나왔다. 가이드 자야는 우리에게 특별한 대접을 하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우리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아 많이 남기게 되어 미안했다.

귀한사람에게 대접하는 요리 "진비"


점심을 마친 후, 다시 오프로드를 달려 욜링암 근처 숙소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추운 날씨를 대비해 긴바지와 긴팔 옷을 입으라고 조언해 주었다. 옷을 챙겨 입고 욜링암으로 향했다. 비가 온 뒤라 계곡을 따라 들어가는 길은 파여 있어 차량이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가는 길에 앞서가던 차가 길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고, 그 차가 겨우 빠져나간 뒤에야 우리의 차량도 협곡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었다. 가는 중간에 몽골인 연인이 더위에 걸어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태워줬다.


마침내 욜링암에 도착했다. 한여름에도 녹지 않는 얼음 계곡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차에서 내리자, 뜨거웠던 한낮의 더위는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추울 정도였다. ‘욜’은 독수리의 한 종류를, ‘암’은 계곡을 뜻해 욜링암은 ‘독수리의 계곡’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과거 공산정권 시절에 소련 군대가 이 협곡을 냉장고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계곡에서 얼음을 볼 수는 없었지만, 협곡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욜리암 협곡

우리는 협곡을 트레킹 하기로 했다. 2시간 남짓 걷는 동안 협곡 사이로 해가 기울며 드리운 그림자는 욜리암의 협곡을 거대한 화폭 위에 펼쳐진 한 폭의 수묵화로 바꾸어 놓았다. 빚과 어둠이 춤을 추듯 어우러져 협곡의 굴곡과 절벽이 마치 자연이 직접 그린 예술작품처럼 느껴져 나는 마치 사진을 찍듯이 그 풍경을 눈 속에 담았다. 그 순간 모든 장면이 나의 마음속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중간에 계곡을 건너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널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말을 타고 건너기로 했다. 말을 타고 협곡을 넘어가며 나는 문득 평온함을 느꼈다. 직장 생활에 지쳐 이런 평화로움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껴본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은 마치 박하향처럼 시원하고 맑아졌다.


트레킹 중간, 작은 돌에 욜링암의 형상과 낙타 모양을 조각한 팔찌를 파는 상인을 만났다. 우리는 우정 팔찌를 하나씩 구매해 팔에 걸고, 그렇게 오늘의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욜링암 입구에서 아까 태워줬던 몽골 연인을 다시 만났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차가 있는 곳까지 태워주자 연인은 감사 인사를 건네며 내렸다. 우리 차를 만나지 못했으면 여행 중 헤어졌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그들의 평화를 기원했다

몽골인 장인이 만든 조각팔찌


저녁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가이드 자야가 한국 음식을 배워 만들어준 요리였다. 한 번도 한국에 가본 적이 없지만,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요리를 배웠다고 했다.

친구는 숟가락 하나만 있어도 능숙하게 레몬즙을 짜는 달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친구가 만들어준 하이볼맛과 가이드자야가 만들어준 닭볶음탕은 환상적이었다.

가이드 자야의 닭볶음탕과 레몬즙의 달인이 만들어준 하이볼

자야의 닭볶음탕과 친구의 하이볼은 이국땅에서 한국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저녁을 마친 뒤 우리는 별이 쏟아지는 몽골의 밤하늘 아래 모닥불을 피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한 밤, 불빛 속에서 정리된 머릿속이 맑고 상쾌하게 느껴졌다.













[못다 한 몽골의 그날이야기]

몽골의 쏱아지는 별빚과 은하수
욜리암의 낙타인형들
자연이 만들어낸 한폭의 그림
자연이 만들어낸 한폭의 그림2
우리만의 모닷불놀이 - 내일 오줌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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